"직원 편의" vs "사생활 침해"… 제주항공 직원전용앱 신설 논란

2020-01-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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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설치 안하면 사내 게시판 공지사항 열람 불가

-모바일 원격 통제시스템 설치 꺼리는 직원들 불만 커져

제주항공이 외부에서도 개인 스마트폰을 통해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지만, 기존 웹사이트 버전까지 차단하고 특정 앱만을 사용토록 해 직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해당 앱을 설치하려면 개인 스마트폰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모바일 단말기 원격 통제 시스템(MDM)'을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 것을 두고 개인정보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MDM은 최근 연구직 등 보안이 강화된 직군에서 사용되는 추세지만, 회사의 보안을 위해 차단된 기능이 많아 개인이 스마트폰에 설치해 사용하기에 불편이 많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5일부터 기존 PC에서 웹사이트 형태로 제공됐던 개인 인사관리 시스템의 일부 기능을 차단했다. 그룹웨어 운항본부 공지게시판에 대한 권한을 회수한 것. 대신 운항승무원들에게 개인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앱 형태의 모바일 업무 시스템인 '제이크루(J CREW)'를 설치하라고 공지했다. 해당 앱을 통해 어디서든 직원의 연차, 휴가, 업무비용 등을 신청하고 회사의 공지사항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웹사이트 버전의 일부 기능을 차단하고, 스마트폰 위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사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MDM 설치를 꺼리는 직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어서다. 해당 앱을 설치하지 않은 직원은 당장 사내 게시판을 열람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운항본부의 게시판 열람기능만 막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항공사들도 개인 스마트폰을 통해 사내 인트라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직원의 선택권을 위해 웹사이트 버전과 스마트폰 버전을 둘 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앱 실행을 위해 꼭 설치해야 하는 모바일 단말기 원격 통제 시스템을 두고 논란이 크다. MDM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계정 및 제한을 추가·제거 할 수 있다. 또한 앱을 설치 관리 및 목록화할 수 있고 데이터를 원격으로 지울 수도 있다'는 공지에 동의해야만 한다.

설치 이후 불편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퇴사 이후도 문제다. 개인적인 이유로 모바일 단말기 원격 통제 시스템을 제거할 경우 스마트폰의 데이터도 함께 초기화된다. 단말기 내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이 불가능하도록 조치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지급된 스마트폰이 아닌 개인 물품임에도 데이터가 통제된다는 점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제주항공 측은 이에 대해 "제주항공의 MDM은 USB 사용이 가능함은 물론 MDM 삭제시에도 데이터 보존이 가능하다"며 "데이터 통제 및 원격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회사에서 개인의 현재 위치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가능하도록 열려있다는 점은 직원들에게 껄끄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며 "업무용 폰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면서 PC버전을 아예 막아놓고 앱만을 사용하라는 것은 회사의 독단 경영"이라고 비난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도 개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직원의 휴가 관리 및 공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지만, PC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로 MDM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군의 경우 사내 촬영 금지 등을 위해서 MDM을 사용해야 할 수밖에 없지만 일반 항공직군에 적용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직원들이 불편하더라도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인트라넷에 접근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주항공 관계자는 "보안요소가 많아서 외부에서는 웹에 접근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직원 편의를 위해서 개발한 앱으로, MDM을 통해 개인의 위치정보라던가 SNS를 통한 개인정보는 물론 스마트폰 정보를 별도로 조회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 제주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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