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 사람] 권성주 "자랑스러운 보수, 멋있는 보수 만들겠다"

"좋은 아침입니다. 권성주입니다."

2019년 11월 24일 새벽, 부산 수영구의 한 골목에서 권성주 새로운보수당 대변인(40)이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다. 바로 "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이 날아온다. 권 대변인은 웃으며 "바른미래당(당시는 탈당 전) 권성주 위원장입니다"라며 악수를 청한다. 손수레를 끌고 가던 할머니는 "내 손도 더러븐데 괜찮나"라며 "국회의원 나가면 이 늙은 할매는 쳐다도 안 볼 거 아이가"라고 퉁명스런 농담을 던진다. 권 대변인은 "지금까지 그랬죠. 바꿔주십쇼"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날은 권 대변인이 지역구인 부산 수영에 내려가 지역활동으로 하던 '굿모닝 수영'이 100회째를 맞은 날이다. 권 대변인은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참패를 한 뒤 대변인 직을 내려놓고 지역구로 향했다. 그해 10월부터 수영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역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1년 남짓 지나 어느덧 100회를 맞이했다. 반겨주는 주민도 많이 생겼다.

작은 정당의 원외 정치인에게 민심은 쉽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개혁보수', '새로운보수'를 기치로 내건 젊은 정치인의 지역구 활동이 궁금했다. '굿모닝 수영'이 100번째를 맞이한다는 얘길 듣고 부산으로 향했다. 권 대변인은 "단단히 각오하라"더니 새벽 6시에 기자를 인근 공원으로 불렀다. 잠시 몸을 풀고 나서 본격적으로 길을 나섰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지만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권 대변인은 어김없이 "좋은 아침입니다. 권성주입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아침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불이 켜진 가게들도 예외는 없다. 웃으며 반겨주는 곳도 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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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굿모닝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 같은 원외 위원장들은 경제활동이나 다른 직업들이 다 있다. 정치를 일상생활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저도 일과 시간엔 대학에서 강의 하고 다른 일도 해야 된다. 그래서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 구민들께 인사도 드리고, 운동도 하고, 지역 공부도 한다."

Q. 주로 어떤 곳들을 다니나. 사람들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

"수영구는 되게 오래된 지역이다. 골목골목이 상당히 많다. 주로 골목을 돌면서, 주민들께서 '밤새 어떻게 지내셨을까', '어떤 동네가 어떻게 변했을까' 그런 것들을 항상 보면서 다니고 있다. 그냥 다니기만 하면 시간이 아까워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뉴스를 들으면서 다닌다. 뉴스 들으면서 다니다가 지역분이 계시면 끄고 인사를 드리고. (웃음)"

권 대변인은 이동 경로를 기록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해뒀다. 그날의 일정을 마치면 기록과 소감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지역구 주민들과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온라인으로도 홍보를 하는 셈이다. 그의 일정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다가 산 중턱에 있는 한 근린공원에 도착했다. 밤 사이 비가 와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 주민이 권 대변인을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자주 마주치는 주민인 것 같았다.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주민은, 되레 왜 사람이 많이 없는 시간에 왔냐고 권 대변인을 타박했다. "한겨울이 되면 이 시간엔 사람들이 많이 안 와요. 오전 7시는 돼야지." 이 주민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를 보자 "인터뷰 하시나"라며 "아, 권 의원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여기서는 다 권 의원님 칭찬 많이 해요. 항상 밝아요.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내려가시지"라고 생각지도 않은 립서비스를 해줬다.

권 대변인은 산에서 내려와 여러 골목, 수영사적공원, 팔도시장 등 약 2시간 가까이 기자를 끌고 다녔다. 낡은 주택이 밀집해 있는 골목, 잔뜩 늘어선 차들을 가리키며 주차 공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가 하면 수영사적공원에선 개방하지 않은 채 관리되고 있는 문화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역구의 여러 문제점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 나설 때마다 평균 7㎞를 걸어서, 누적거리는 700㎞를 넘었다고 한다.

Q. 100번쯤 돌아다녔으면 수영구를 굉장히 잘 알 수밖에 없겠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새벽에 지역구 구석구석을 안 가본 적이 없다. 지나간 경로를 보니까 무심코 자주 가는 곳, 덜 가는 곳도 알 수 있다. 상상 외의 동네도 많아 놀랄 때도 많다. 처음 보는 곳을 지나갈 때면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애정도 깊어졌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늘 살피게 되고, 자연스럽게 민원도 많이 받게 됐다."

Q. 주민들을 대하는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다.

"새벽에 어두운 옷을 입은 남성이 인사를 하면 아무래도 거부감이 좀 들 수 있지 않나.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흰색 점퍼에 시계까지 흰색으로 차고 다닌다. 새벽에 마주치는 분들은 대부분 기분이 좋은 상태라 인사를 잘 받아주신다. 주변도 많이 의식하지 않고. 그러다 보면 지역 이야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도 하게 된다. 오늘은 카메라가 있어서 그런 분들이 많이 없는데(웃음), 꾸지람을 들을 때도 많다. 그러면 늘 '저라도 사과를 드리겠다'고 한다.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주민들의 표정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Q. 주민들에게 새벽 인사를 하다가 깨닫게 된 것도 많을 것 같다.

"요즘엔 옆집 사람과도 인사를 못하지 않나. 아침에 돌면서 느낀 건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된다는 거다. 먼저 인사를 하면 모르는 분도 되게 반갑게 받아주신다. 정치하는 사람이 지역분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서 그 분이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다? 참 좋은 역할 아닌가. 특히 연로한 분들은 먼저 인사를 드리면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게 되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짠하기도 하다. 인사를 드리는게 왜 고마울까, 평상시에 사람과의 접촉이 없다는 뜻 아니겠나."

권 대변인의 정치 역정은 험난했다.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개혁보수'를 기치로 내걸었던 바른정당에 입당했지만 정치에 입문한 지 만 3년도 되지 않아 당이 두 번 바뀌었다. 그의 의도는 아니었다. 탄핵 이후 지리멸렬한 보수 정치권에서 '개혁보수'의 길이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정을 마친 뒤 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물었다.

Q. 바른정당도, 바른미래당도 결국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게 많다. 정체성 문제가 가장 많이 지적됐다. 서로 약간이라도 결이 다른 세력이 한지붕 밑에 들어갈 때는 명확하게 못 박고 가야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걸 애매하게 해버리니 당의 뿌리가 흔들렸다. 그러면 이 당을 지지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다. 당은 색깔이 선명해야 된다. '저 당을 지지했을 때는 저 당이 어떤 정책을 내놓고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이다'라는 잠정적인 기대를 심어줘야 한다. 그게 그때그때 다르다고 하면 어느 유권자가 그 당을 지지하겠나. 그런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이번엔 정확하게 못박고 가야한다. '이 당은 정확하게 중도개혁보수로 간다. 중도개혁보수라는 건 정책적으로 어떤 것이다. 이 노선에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은 애초에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한다.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Q. 새로운 당을 시작하는 각오는.

"대한민국에 지금 정말 보수다운 보수가 없다. 보수라는 단어가 절대 나쁜 단어가 아닌데 보수라고 하면 기득권, 꼰대, 이런 느낌을 떠올리게 됐다.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겠다. 그래서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진짜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에 맞는, 지금껏 없었던 정말 멋있는 보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메시지와 이미지로 보여드리겠다. 그러면 유권자 분들은 새로운 보수의 손을 들어줄 거라 믿는다. 남아있는 시간 동안 어느 쪽이 진짜 보수인지 선택하실 수 있게 보여드리겠다."

Q. 유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정치가 많이 잘못해서 국민들께 고통을 드리고 피곤하게 해드리고 거리로 나가게 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제일 좋은 정치는 정치 뉴스를 안 봐도 되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한테 맡길 수 있는 정치. 그렇게 되려면 결국 정치인을 잘 뽑아야 되는 건데, 평상시에 생각할 때는 '아 저런 친구 하면 잘하겠다'고 생각해도 막상 투표장에선 '그래도 아는 사람 뽑아야지. 그래도 내 손 한 번 더 잡은 사람 뽑아야지' 이런 식으로 되는 경우가 많더라. 지금부터라도 냉정하게 살펴보셨으면 한다. 20대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살 정도로 정말 최악의 국회가 됐는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을 국회로 보내주셔야 된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시간 동안 사람을 잘 살펴봐달라, 그리고 저도 한 번 잘 살펴봐달라, 그렇게 부탁을 드리고 싶다. 그래야 국회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고, 나라가 바뀐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국회의원에 당선돼도 이런 활동을 계속 할 거냐'고 물었다. 권 대변인은 "현역 의원이 된다고 해도 지역에 있을 땐 하려고 한다"며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지역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것이 재밌고 즐거워서 하는 것이지, 숙제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