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더퓨처-클라우드] 2020년 '클라우드 온리' 시대 열린다

2020-01-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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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SK·현기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3년 내 클라우드 도입 마무리

속도 얻고 기업 체질 바꿔 디지털 전환 가속... "혁신 원하면 물러서면 안 돼"

기업 경영에 클라우드 도입을 당연하게 여기는 '클라우드 온리(Cloud Only)' 시대가 2020년부터 열린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기업 전체 서비스에서 클라우드 도입율이 50%를 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 성장이 평균 2배 빠르고, 총매출은 평균 1.5배 더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클라우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다.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작년부터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처럼 전사 시스템을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한 기업까지 나왔다. 클라우드 온리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다. 클라우드 온리란 기업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때 클라우드 활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클라우드 퍼스트' 단계를 넘어 모든 서비스가 클라우드 상에서 개발·운영되는 경영 정책을 의미한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국내 대기업 중 클라우드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재작년 말 계열사 IT 시스템의 90%를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약 7000억원을 투입해 올해 내로 전자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자체 IT 인프라(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특히 클라우드 전환의 난관으로 여겨지는 데이터베이스(DB) 역시 미국 오라클의 DB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DB로 전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RP란 생산·물류·재무·영업·마케팅 등 기업 업무 전반을 관리하고 기업 경영진과 직원들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IT 시스템이다.

삼성그룹의 클라우드 전환을 주도하는 삼성SDS는 "현재 삼성그룹의 ERP는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가 함께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점진적으로 클라우드 이용률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오는 2023년까지 계열사 IT 시스템의 90%를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70%는 퍼블릭 클라우드로, 20%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구축한다. 남은 10%엔 클라우드로 넘기기에는 너무 민감한 내용과 기업 경영에 더 이상 쓸모 없는 데이터만 남는다. LG CNS를 주축으로 제조, 통신, 서비스 등 계열사별 산업특성과 사업구조를 고려해 전환 우선 순위를 정한 후 순차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진행한다. LG그룹은 데이터 수집·분석을 개별 회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통합해 수행함으로써 데이터 기반 경영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클라우드플랫폼, KT, 네이버, NHN 등 외부 IT 기업이 제공하는 클라우드만으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란 기업의 사내 클라우드 시스템(프라이빗 클라우드)과 퍼블릭 클라우드를 연결해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SK그룹도 약 3조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까지 계열사 IT 시스템의 80%를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SK(주) C&C가 주도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등 핵심 계열사의 시스템을 전환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임직원들에게 "최고경영자들이 '딥 체인지'를 위한 수석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며 "디지털 혁신을 통해 데이터 기반 경영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약 4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ERP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구체적으로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EPR 업계 1위 기업인 SAP와 협력해 DB에 이어 ERP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2022년까지 전 계열사의 DB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꾸고 2026년까지 전 세계 39개 현대기아차 공장의 ERP를 클라우드 ERP ‘SAP S/4 하나’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15년 설립한 광주 데이터센터를 프라이빗 클라우드 운영에 맞게 최적화하고, 전 세계 공장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분석·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LG CNS와 협력해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되던 ERP와 운항·화물 관리 시스템을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국내 30대 대기업 중 클라우드 온리에 나선 첫 번째 사례다. 대한항공은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최신 IT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에게 세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속도'와 '체질 변화'다. 사내에 신규 서비스 개발·출시·보완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데브옵스(DevOps) 환경을 구축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기업을 전통적 조직에서 개발자 중심의 IT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경영학계에선 이러한 현상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 부른다.

4차산업혁명 시대엔 자고 일어나면 시장 흐름이 달라질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신규 디지털 서비스를 더 빠르게 기획·개발·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차세대 뱅킹 앱 '리브똑똑'은 클라우드를 활용해 불과 3개월만에 완성됐고,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1개월마다 자잘한 기능 업데이트를, 6개월마다 주요 기능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이는 기존 앱 개발과 운영 속도보다 2배 빨라진 속도다.

빠른 신규 서비스 출시와 모바일 중심의 사용자 경험(UX)으로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뱅크가 체질 전환이 완료된 대표적인 회사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운영에 앞서 LG CNS와 협력, 시중 은행과 달리 클라우드와 '오픈소스'가 중심이되는 환경을 구축했다.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카카오뱅크는 은행이 아니라 전체 직원의 41%가 개발자로 이뤄진 기술회사"라며 "개발자가 자신의 경험을 회사와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서비스 품질이 향상된다"며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픈소스란 IT 원천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타사와 협력으로 기술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개발·운영 기법이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디지털 전환을 두고 세계 최대 클라우드 업체인 AWS의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전환은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혁신을 원한다면 뒤로 물러나서는 안 된다. 기업 디지털 혁신의 성패는 기술이 아닌 경영진의 판단과 리더십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성공적인 클라우드 도입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네 가지 핵심요소도 제시했다. 첫째, 경영진이 전적으로 변화에 동의해야 한다. 경영진이 디지털 전환의 방법을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논의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둘째, 공격적인 탑다운 방식의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경영진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이행 여부까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셋째, 직원들에게 기술관련 교육을 제공해 이해도를 끌어올려야 하며, 넷째, 한번 클라우드 전환을 시작하면 이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클라우드 도입을 두고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보안'과 '비용'이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도입과 함께 기업 차원에서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보안을 전적으로 클라우드에 위임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클라우드는 결코 저렴한 서비스가 아니다. 편리하다고 직원들이 마구 이용하는 것을 방치하면 많은 비용이 청구되고 기술 종속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막기 위해 기업은 클라우드 도입과 함께 보안과 클라우드 비용을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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