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SK그룹 고유의 경영문화가 올해 계열사 내 송년회에도 오롯이 드러났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사촌들이 각 계열사를 맡고 있는 독특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각자의 경영 스타일은 고수하면서도 서로 닮은 꼴 형태의 '따로 또 같이' 조직 문화가 종종 드러난다.
지난 12일 최태원 회장은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송년회에 깜짝 등장했다.
이날은 200여명의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올해 성과를 자축하며 단합된 힘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임직원들과 만난 최 회장은 “이 세상에 꾸준히 하는 것보다 더 믿을 것은 없다”며 “신약 개발 여정을 같이 걸어온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SK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SK바이오팜 송년회에 참석한 것은 최근 뇌전증 발작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한 임직원들의 '단합된 힘'을 특히 치하했다는 후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단합’으로 이룬 성과를 강조했다면, 최창원 부회장은 ‘수평’과 ‘자율’에 기반한 성장에 무게를 뒀다.
SK케미칼은 올해 연말 송년회를 전 임직원이 모이는 대신 각 팀별로 소소하게 진행했다. 이는 수평적·자율적 조직문화를 중시하는 최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화학과 제약(생명과학) 간 전사회식 등 전체가 모이는 자리는 점차 지양하는 분위기”라며 “회식을 해도 팀끼리만 하고 전체적으로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는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는 SK 울타리 안에 있지만 독립경영 체제”라면서 “SK의 기업문화인 ‘따로 또 같이’ 아래 오너 일가지만 각자의 경영 리더십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사촌 경영’의 장점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