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B들은 최근 한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하면서 그 핵심 이유로 반도체 경기 회복론을 꼽았다.
실제 BNP파리바는 지난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업황 회복을 전망하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에서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코스피 목표치는 2325로 제시했다.
BNP파리바는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바닥에 근접했다면서 반도체 재고가 점점 줄고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제조사 등의 반도체 수요도 곧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BNP파리바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사이클의 순환적(cyclical) 조정 국면이 끝나가는 조짐을 보인다며 "한국 경제를 뒤흔들던 순환적 역풍이 완화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기술 하드웨어 분야 실적 회복 전망 등을 반영해 지난달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비중'(market weight)에서 '비중확대'로 올렸다.
메모리 가격 안정화와 D램·낸드 재고 정상화, 5세대 이동통신(5G) 수요 증가 등을 발판으로 기술 하드웨어 분야가 기업 실적 회복을 이끌 것으로 관측했다.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유지'(equal-weight)에서 '비중확대'로 높이고 내년 코스피 목표 지수 2350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주목할 만한 테마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관련주를 꼽으며 주가가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하지 않을 가능성, 다른 신흥시장 대비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원화 강세 전망 등을 이유로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돼 전체 코스피 상장사 이익이 올해보다 20∼30%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정유·화학, 자동차 업종의 업황 개선에 힘입어 내년 코스피 상장사 이익이 올해보다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CS는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1년 반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고 반도체 업종이 내년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CS가 제시한 내년 코스피 목표치는 2300이다.
업종별로 IT는 반도체 가격 상승, 정유·화학은 스프레드(제품과 원료 가격 차이) 확대, 자동차는 신차 출시로 각각 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증권도 내년 한국 상장사 이익이 올해보다 약 22%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며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2100∼2400으로 잡았다.
그러면서 반도체 이익이 내년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한국 증시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정유·화학, 철강 등 경기민감 업종도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D램 가격 상승 등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원에서 6만7천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3만6천원으로 각각 올리기도 했다.
다만 씨티그룹은 내년 한국 증시에 대해 투자의견 '비중축소'를 제시해 대체로 낙관론을 내놓은 다른 IB와 온도 차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 글로벌 전략팀은 지난달 말 투자자 발표에서 "무역 둔화가 한국 증시의 이익 모멘텀을 해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더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리란 기대는 있지만 배당금 지급은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자본 지출이 잉여 현금 흐름에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