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트럼프 탄핵 대선정국 격랑...시장은 '탄핵무산' 확신

2019-12-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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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美대통령 세번째 탄핵안 하원 가결…트럼프 재선가도 타격

시장은 '상원서 탄핵 무산' 확신...양호한 경제 트럼프 재선 생명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여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으로 넘어간 공이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본격화할 미국의 대선정국도 요동칠 전망이다.

◆탄핵안, 사실상 영향 적다는 관측이 우세 …그래도 '스크래치' 여파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등 두 가지 혐의에 따른 탄핵소추안을 차례로 표결에 부쳐 과반의 찬성표로 모두 가결했다.

권력 남용 안건의 경우 찬성 230표, 반대 197표였으며, 의회 방해 안건은 찬성 229표, 반대 198표였다. 하원의 재적 의석수는 공석 4석을 제외한 431석(민주 233석, 공화 197석 무소속 1석)으로 두 안건 가운데 하나라도 찬성이 과반(216명)이면 탄핵소추로 이어지게 돼 있다.

표결 결과, 공화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지는 단일대오를 뽐냈다. 민주당의 경우 안건별로 3∼4표가량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제 탄핵안의 운명은 공을 넘겨받은 상원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크리스마스 휴회가 끝나는 내년 1월 초부터 상원의 탄핵심판 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수적 우세를 등에 업고 조기에 탄핵안을 무력화시키려는 공화당과 여론전을 통해 수적 열세를 만회해보려는 민주당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하원과 달리 여대야소(공화 53석, 민주 45석, 무소속 2석)인 상원의 의석 분포상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종 관문인 상원에서는 3분의 2인 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탄핵 리스크' 제거 차원에서 속전속결식 심판절차 완료를 공언하고 있어 이르면 1월 말 전후까지 상원 표결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화당의 속도전에 호락호락 응하지 않을 태세여서 그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실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화당이 충분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을 들어 탄핵안을 당장 상원에 보내지 않고 지연시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오늘은 헌법을 위해 위대한 날이지만 미국을 위해선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받더라도 상원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지만 재선 동력의 약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재선 가도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재임'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겼다"고 촌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취임 후 2여 년간 발목을 잡았던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에 대해 지난 4월 특검팀의 수사 결과 보고서 공개로 면죄부를 받은 지 약 8개월 만에 하원 탄핵안 가결이라는 대형 악재를 다시 만난 셈이 됐다.

정치 전문가들은 탄핵소추안이 하원 문턱을 넘은 것만으로도 트럼프를 '레임덕'(절름발이 오리·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만들어 내년 재선가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본다. 탄핵론이 거세지면 내년 11월 대선까지 트럼프의 정책적 불능화나 레임덕을 재촉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탄핵추진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시도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성탄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미가 강대강 대치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관심사다. 탄핵안의 하원 가결이 한반도 정세에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고강도 도발 시 '대북성과 부진론'을 만회하기 위해 강력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전반적인 견제 강화 속에 대북 정책에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은 '탄핵 무산' 확신...트럼프 경제정책 평가 1년래 최고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시도로 워싱턴 정가가 격랑에 빠진 것과 달리 금융시장은 담담했다. 간밤 하원 표결을 앞두고 S&P500지수가 0.04% 밀리고, 다우지수는 0.1% 하락하는 데 그쳤다. 탄핵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닷새간 이어진 상승장 후 '숨 고르기'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19일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 선물도 보합권에서 움직이며 워싱턴 정가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평온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스터 롤러 런던캐피탈그룹 연구원은 "트럼프 탄핵안은 하원뿐 아니라 상원의 벽을 넘어야 한다. 탄핵안이 상원에서 무산될 게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탄핵 정국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RBC캐피털마켓츠가 실시한 12월 투자자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되고 상원에서 기사회생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시장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률은 6월 57%에서 12월 74%까지 높아졌다. 또 이 시나리오에서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믿는 투자자들은 줄어든 반면 증시가 더 오를 것으로 믿는 투자자들은 늘었다. 

되레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하원 탄핵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가 위험해지는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실제로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C의 12월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이 49%를 기록해 직전 조사인 9월 42%에서 큰 폭 개선됐다.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경제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같은 기간 50%에서 40%로 낮아졌다. 미국의 양호한 경제 상황이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생명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 고용시장은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튼튼하고, 미중 무역전쟁이나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내년 경제 전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 내년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지난달 30.2%에서 이달 25.9%로 낮춰잡았다.

경제 지표 개선세도 뚜렷하다. 1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1% 늘어 사전 전망치인 0.8%를 웃돌았다. 2년 만에 최대 증가세였다. 무역 불확실성 속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12월에 52.5를 기록, 경기 확장을 가리키며 안정을 되찾고 있음을 시사했다. PMI는 50을 기점으로 50을 기점으로 그 아래면 경기 위축을, 그 위면 경기확장을 가리킨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문제로 내년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경제 상황으로 인해 발목 잡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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