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연말 시한 北 'ICBM용 엔진시험'·美 '대선개입 경고'…멀어진 한반도 평화

201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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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주도 北국방과학원 "전략적 지위 변화시킬 중대한 시험 진행 성공적"

문재인-트럼프, 美 요청의 74일만 통화서 "北과 대화 유지" 인식 공유한지 하루만

전문가들 "ICBM 고체연료 시험일 듯…'새로운 길' 준비단계로 존재감 과시할 듯"

한반도 비핵화 상응 조치를 둘러싼 북·미의 팽팽한 ‘기싸움’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꿈도 멀어지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간 ‘로켓맨’, ‘늙다리’ 말폭탄에 이어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재개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이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전쟁 위험’이 만연했던 2017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도 한층 증폭됐다.

8일 북한은 다자외교 무대에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고, ICBM 개발 재개를 암시했다. 한·미 정상이 직접 소통을 통해 비핵화 출구를 모색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전날 오후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 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담화에서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화에 구체적인 시험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을 주도하는 국방과학원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함에 따라 북한의 ‘중대한 시험’이 ICBM 고체연료 시험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내년 신년사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길’을 위한 준비 단계로 봤다.

앞서 미국 CNN은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위성사진에서 ‘새로운 활동’이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새로운 활동’을 ICBM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쓰이는 엔진 시험 재개 준비작업이자 미사일 발사의 전단계라고 우려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방과학원이 중대한 시험을 운운한 것은 ICBM 고체연료 시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면 한 번도 시험하지 않은 화성 13형을 발사하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이 담화에서 ‘전략적 지위’를 언급한 것에 주목하며 “위성 발사보다는 ICBM용 고체연료 엔진의 첫 시험이 아니었을까”라고 짐작했다.
 
 

북한이 2017년 진행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북한이 2017년 3월 1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연합뉴스]


같은 날 김성 유엔 북한 대사는 “비핵화는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며 비핵화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년 재선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고 비난한 성명을 일부 외신에 보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앞서 대북(對北) 적대정책을 철회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겠다는 대미(對美)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 거론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 질문에도 없는 대선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는 것으로, 그가 김 대사의 성명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북한의 적대적 행동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등장했다.

북한의 잇따른 군사적 도발 징후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30분간 통화했다. 양국 정상은 현재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함께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 정상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직접 소통하기로 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을 한·미 정상 간의 공조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통화가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설득을 위해 문 대통령에게 모종의 역할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금강산관광 문제 등 각종 현안에 가로막혀 남북관계도 경색된 만큼 한국이 북·미 관계 회복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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