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백꽃 필 무렵' 손담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악플 無…향미 덕"

2019-11-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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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꽃말이 뭔지 알아? 나를 잊지 말아요…."

지난 21일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훈 연출 차영훈 강민경)이 종영했다. 지난 10주간 떠들썩하게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던 '향미'는 깊은 인상과 추억을 남긴바. 아쉽게도 향미는 떠났지만, 그 빈자리엔 진한 잔향이 남았다.

"'동백꽃 필 무렵'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악플을 안 받아봤어요.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이렇게 하면 욕 안 먹을 수 있구나' 뿌듯하더라고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향미 역의 손담비[사진=키이스트 제공]

지난 9월 방송을 시작으로 11월 대단원의 막을 내린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 분)을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로 깨우는 용식(강하늘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맨스부터 휴먼드라마·스릴러까지 자유자재로 장르를 오가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23.7%(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최근 아주경제는 향미 역의 배우 손담비(36)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까멜리아'의 아르바이트생인 향미는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 가벼운 성격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시청자분들이 이렇게 이입해주실 줄 몰랐어요. 저 역시 향미라는 캐릭터가 정말 안쓰럽고 딱했거든요. 그가 처한 현실적인 상황이나 처지가 와닿았던 거 같아요. 마치 내 이야기 같고…. 시청자분들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아요. 향미가 죽었을 때 오히려 시청자분들이 미안해하셨거든요.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 애인데….' 그런 반응이 고마웠죠."

겸손하게 말했지만, 손담비는 향미 캐릭터를 위해 많은 시간 고민하고 열정을 쏟았다.

"좋은 캐릭터지만 표현 방법에 관한 걱정이 있었죠.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분께 의논하고 상의도 했고요. '향미 역을 손담비가 연기한다고?' 모두 그렇게 말했어요. '의외다'라고 말하는 걸 뒤집고 싶었죠."

다른 배우들도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한눈에 알아봤다. 손담비는 "향미 캐릭터가 경쟁률이 치열했다"라는 소식을 알리며 동백 역의 공효진 덕에 향미를 연기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공)효진 언니가 감독님께 향미 역에 저를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까멜리아에 들어오면 동백이 아니라 향미가 주인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라면서. 화려하게 생긴 친구였으면 좋겠다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향미의 이미지가 선명해졌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향미 역의 손담비[사진=키이스트 제공]


치열한 경쟁 끝에 만났으니 기대와 고민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 손담비는 대본과 캐릭터를 깊이 파고들었고 인물의 이면까지 살피고자 했다. 손담비의 고민은 '향미'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까맣게 뿌리가 자란 염색 머리, 제멋대로 까진 매니큐어 등 섬세한 디테일로 시청자들에게 '향미'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었어요. '뿌리 염색' '까진 손톱' 등 디테일을 신경 썼고 의상도 후줄근하게 입었죠. 색색깔의 트레이닝복이나 촌스러운 아이템들을 찾았어요. 이미지를 완성하고 연기적으로는 맹한 느낌을 연습했죠. 말투는 느리고 둔하지만 옹산에서 가장 눈치가 빠른 친구라고 생각하거든요. 평소 성격이 급해서 말을 빠르게 하는 편인데 향미를 연기하려고 템포 조절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한 손담비는 함께 호흡을 맞춘 오정세 그리고 공효진에 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효진 언니와 연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친한 사이인데 연기할 때는 '잘 돼라'는 의미에서 아낌없이 조언했죠. 촬영 내내 한 번도 즐겁지 않았던 때가 없었어요. 편안하게 했죠. 그건 다 효진 언니 덕이에요. 언니가 있었기에 여자들의 우정을 잘 다룰 수 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공효진이 손담비를 든든하게 지지해줬다면 오정세는 감탄을 자아내도록 만들었다고.

"워낙 애드리브를 많이 준비하시고 상의 없이 던지셔서! 하하하. 웃겨서 연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워낙 설정을 잘 짜오셔서요. 향미와 노규태 신이 재밌다고 느끼셨다면 그건 다 (오정세) 오빠 덕이에요."

손담비는 시나리오를 읽고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하겠다"라고 생각했다. 가수 출신 화려한 셀럽의 이미지를 뒤로하고 자신을 내던져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향미 역의 손담비[사진=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스틸컷]


"가수라는 꼬리표를 지우고 싶었어요. 섹시한 이미지가 오히려 핸디캡이었죠.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연기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열심히 노력했고 이번에야말로 그 꼬리표를 지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취감이 들더라고요. '노력한 게 헛되지 않았구나' 이제는 연기자 손담비로 기억해주시겠죠?"

2007년 가수로 데뷔, '미쳤어' '토요일 밤에' 등 히트곡을 내놓고 '섹시 가수'로 자리를 공고히 했지만, 그 이미지를 벗기까지는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꽤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했어요. 1년에 한 작품씩 찍고 차근차근히 해나갔죠. 고민한 흔적은 헛되지 않았어요."

손담비에게도 시청자에게도 깊은 향기를 남긴 향미. 손담비는 향미를 떠나보내며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촬영이나 종방연 때는 울지 않았어요. 오히려 신나게 웃고 떠들었죠. 그런데 화보 촬영 때문에 염색하러 갔는데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아, 이제 나의 향미는 없구나' 실감이 나면서 눈물이 또르르 흐르더라고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향미 역의 손담비[사진=키이스트 제공]


그는 완벽한 시나리오와 애정 어린 향미 캐릭터 때문에 차기작에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고 고백했다.

"너무 좋은 글을 봐서 차기작은 어떻게 골라야 하나. '멘붕'('멘탈붕괴'라는 뜻)이에요. 글을 보는 안목은 비슷하니까. '이런 작품이 내게 또 올까?' 하는 고민도 있고. 제가 잘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성실하게 쌓아 좋은 기회를 잡는 것이 자신의 강점이라는 손담비. 그의 성실함과 노력은 '동백꽃 필 무렵' 향미를 탄생시켰고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화보 촬영 겸 코펜하겐에 가게 되었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떠나보냈다고 했지만, 아직 그의 마음속에 향미가 남은 듯했다.

"코펜하겐에서 향미를 떠나보내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향미를 지우고 와야죠. 연말을 잘 마무리 하고 내년에는 차기작으로 인사드릴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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