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대용량 맥주 페트병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번에 시행을 앞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색이 들어간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이트진로 등 소주 업체와 롯데칠성음료, 한국 코카콜라 등 음료 제조사들은 기존 초록색 페트병 제품을 투명한 용기로 모두 교체했다.
다만 맥주 업계는 갈색 페트병이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맥주 페트병은 3중막 다층구조로 만들어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다. 운반과 보관에 편리한 데다, 산소와 탄산가스 차단성이 높다. 갈색이 직사광선, 자외선 등으로 인한 내용물 변질을 막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맥주 페트병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서 일단은 제외됐다.
환경부는 페트병을 투명한 색으로 바꿀 경우 신선도나 성분이 얼마나 변하는지, 어느 정도 기한까지 유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 나오는 결과에 따라 갈색 페트병 퇴출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기다리는 것 밖에 지금은 방안이 없다”며 “투명한 용기로 교체할 수 있는 기술적인 실마리를 찾는다면 모르겠지만, 갈색 맥주병은 퇴출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갈색 맥주 페트병을 없앤다면, 유예기간을 몇 년 정도 줘야 하지 않겠나. 대체 제품을 마련하겠지만,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당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 맥주 갈색 페트병이 처음 나온 시기는 2003년이다. 오비맥주가 1.6ℓ 갈색 페트병 제품을 선보이자, 하이트 등 경쟁사들도 앞다퉈 출시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페트병은 국내 맥주 판매량의 15%가량을 차지한다.
환경단체 등은 갈색 페트병의 재활용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왔다.
해외에서는 맥주를 병과 캔으로만 팔고 있다. 갈색 페트병은 나일론과 페트(PET)가 혼합된 재질이라 일반 페트병과 달리 재활용 과정이 어렵고 비용도 더 들기 때문이다.
현재 자원순환사회연대의 전신인 쓰시협(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시민협의회)는 국내 갈색 페트병 출시 1년 만인 2004년 성명서를 발표했다.
쓰시협은 “국내 맥주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한 대용량의 갈색 페트병 용기가 재활용도 되지 않는 천덕꾸러기로 페트병 재활용 업체에 쌓여 있다”며 “세계적인 흐름이 생산 단계에서부터 폐기물 최소화를 위한 디자인을 설계한다. 우리나라 맥주 업계는 생산라인이 재사용 라인임에도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병에서 플라스틱으로 교체해 재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제품별로 △재활용 최우수△재활용 우수△재활용 보통△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한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 환경부담금을 가산한다.
기존 유색 페트병과 무색병, 갈색병, 녹색병을 제외한 이외의 색상은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로 분류했다. 투명이나 갈색, 녹색병에 해당하지 않는 와인병과 위스키병 등은 재활용 어려운 재질에 해당한다. 이 같은 규정은 제약과 화장품, 식품 등에도 공통으로 적용한다.
환경부담금 추가 징수가 소비자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