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에 따르면 장 에릭 파케 EU 연구혁신총국장은 23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슬러시(Slush)에서 "전통적인 벤처 캐피털은 과학적 돌파구를 시제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고위험·고비용 연구에 투자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펀드를 조성해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데스밸리는 스타트업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정식 출시되기 전에 있는 단계로 사업 실패율이 높아 '죽음의 계곡'으로 불린다.
파케 국장은 제조, 생명공학, 헬스테크, 인공지능(AI) 등 이른바 딥테크(기저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미국이나 중국과의 기술 및 투자 격차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EU는 이 펀드를 2021년에 공식 출범한 뒤 유럽혁신위원회(EIC) 산하에 둔다는 계획이다. 펀드의 최종 규모는 회원국들의 예산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IC는 우선 올여름 6억 유로 규모로 시범 단계에 돌입, 보조금과 투자지원에 대한 스타트업의 수요를 확인했다고 파케 국장은 말했다. 올해 연말까지 약 50~100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EU는 현재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창구로 EU 집행위원회 보조금과 벤처 캐피털 회사에 투자하는 유럽투자펀드(EIF)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 대한 벤처 캐피털의 관심은 급속히 늘고 있다. 유럽 기술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두 나라를 대체할 투자처로 유럽이 각광받고 있어서다. 올해 들어 유럽 기업에 투자된 자본은 총 343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벤처 캐피털 아코미코는 집계했다. 비교하자면 지난해에는 246억 달러, 2017년에는 2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토미코의 톰 웨미어 파트너는 최근 CNBC를 통해 유럽 기술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과 경쟁할 능력이 있다면서 특히 강점이 두드러진 분야로 핀테크를 꼽았다. 실제로 유럽 핀테크 스타트업에 올해 가장 많은 투자금(90억 달러)이 쏟아졌다. 유럽에는 현재 몸값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말하는 유니콘이 99개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벤처 캐피털 회사인 인덱스벤처스의 새라 캐넌 파트너는 블룸버그에 "딥테크에 대한 EU 집행위의 투자 접근법은 무척 사려깊게 고안된 것으로 벤처 캐피털 투자를 유치할 단계에 이르지 못한 분야와 기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