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은 대후기업 상무가 붉은대게의 매력에 빠진 것은 조부의 영향이 크다. 붉은대게로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권 상무는 가공방식을 다변화해 국내 최초로 소비자 대상 붉은대게 제품을 개발, 신시장을 창출했다.
2009년 미국에 거주하던 그는 잠시 고향을 방문해 붉은대게 가업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권 상무는 “저희 할아버님이 국내 최초 붉은대게 통발 어선을 운영하셨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서 ‘통발잡이’ 기술을 배우고 장비와 어선을 사 오셨다. 이를 아버지도 이어받아 어렸을 때부터 붉은대게는 친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수출에만 의존하던 후포 지역 붉은대게 가공산업은 수입상들의 가격 장난에 제값도 못 받고 어획량도 감소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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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대게 통발잡이 모습.[사진=경북붉은대게통발협회]
이듬해 그는 게살 쌀국수를 개발해 대형마트에 납품했지만 소규모 업체로서 브랜드와 유통의 한계를 느꼈다. 권 상무가 눈을 돌려 2014년 대기업인 동원F&B’와 함께 내놓은 게맛살 제품이 처음 히트를 쳤다. 명태 어육과 밀가루만 이용한 기존 제품과 달리, 실제 붉은대게살을 함유한 것이 주효했다. 이 제품은 게맛살 시장에서 단숨에 점유율 2위에 올랐다. 2015년에는 도미노피자에 100t의 붉은대게살을 납품했다. 기존 국내에 없던 새로운 붉은대게 수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성공의 기쁨도 잠시였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납품량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후 그는 거의 버려지던 재료인 게딱지와 게장, 게를 삶은 물인 ‘자숙액’을 활용하는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2017년 출시한 ‘대게딱지장’은 작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파를 타면서 대히트를 쳤다. 권 상무는 “작년에는 협력업체에서 하루 6~7차례 물류를 보내도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다. 매출도 단숨에 90억원까지 오르고 국내 매출 비중도 35%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제품은 성공했지만 안심할 틈이 없다. “지금도 납품 요청은 계속되지만 가공할 원재료가 없다"며 “어종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게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권 상무는 대게 자숙액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대게향 간장이나 분말 형태의 조미료 등 다양한 제품을 실험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그는 게살과 자숙액을 함께 갈아 만든 구이 과자를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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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본지와 인터뷰 중인 권태은 대후기업 상무이사. [사진=김세구 기자 k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