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日피폭지서 '반핵메시지' 발표

2019-1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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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폐기에 모든 사람, 국가 참가해야”

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의 피폭지를 방문해 "핵무기로 평화와 안정을 이룰 수 없다"며 "핵무기 폐기에 모든 사람과 국가가 참가해야 한다"고 반핵 메시지를 발표했다.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 피심지공원(爆心地公園)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와 묵념을 한 후 연설을 통해 "핵무기가 없는 세상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나가사키는 핵무기가 환경과 인간에 대해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빈곤대책이나 자연환경 보호에 사용되어야 할 비용이 무기 제조와 개량에 소비되고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테러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어 교황은 "핵무기 폐기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 보유, 비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과 국가, 기관의 참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는 핵무기 사용이 초래할 파멸적인 파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핵무기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평화와 안정을 향한 희망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교황은 핵무기의 개발·실험·생산·제조·비축·위협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유엔(UN)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핵무기금지조약과 관련해 "체결 자체에 안주하지 말고 신속하게 행동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연설에서 특정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들은 물론 핵개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과 이란, 그리고 세계 유일 피폭국이면서도 북한 핵위협을 이유로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을 거부한 아베 신조 일본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그동안 유일한 피폭국이라며 국제 사회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핵무기금지조약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전날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방문을 시작한 교황은 이날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잇달아 방문할 계획이다. 

나가사키에서는 나가사키현이 운영하는 야구장에서 방일 후 첫 미사를 집전하고 저녁엔 원폭 피해자들을 기리는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다. 교황은 이곳에서 원폭 희생자 위령비(히로시마평화도시기념비)를 찾아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할 계획인데, 공원 내 별도로 마련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할지 주목된다.
 

2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 피심지공원(爆心地公園)에서 반핵 메시지를 발표한 후 이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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