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1대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디테일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선출직공직자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20% 의원들에게 경선 페널티를 부과한다.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다는 방침이다. 청년·여성 등에 경선 가산점을 부여, ‘시스템’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역 의원의 3분의 1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천 심사 도중 탈락하는 의원들까지 고려한다면 현역의원의 절반가량 ‘물갈이’ 될 수 있다는 게 한국당의 설명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민주당의 칼자루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쥐었다. 당시 공천과정에서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컷오프 됐다. 친노 핵심이었던 이해찬 대표, 막말 논란이 잦았던 정청래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이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정 전 의원은 컷오프를 받아들였다. 당시 5선 중진 여성 의원이었던 이미경 전 의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등도 컷오프됐다.
물론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 등으로 자멸한 탓도 크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강하게 밀어부쳤다. 비박계 인사들을 컷오프 시키고 싶었던 친박계 인사들과의 극한 갈등이 펼쳐졌다. 인적 쇄신 보다 공천을 둘러싼 아귀 다툼으로 비쳤다.
성공한 물갈이가 이기는 공천으로 연결된 사례는 더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케이스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물갈이다. 이회창 당시 총재는 총선기획단장이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조언을 받아들여, 당시 양대 계파의 수장이었던 김윤환·이기택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YS계 신상우 전 의원, 국회의장을 지냈던 황낙주 전 의원도 포함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김윤환의 경우 민주정의당계의 보스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이회창 전 총재가 신한국당 대선후보가 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기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를 따라가지 않고 남은 민주당계 의원들의 수장이었다. 한때는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당시 거물급 정치인들이었던 이들은 컷오프에 반발, 민주국민당을 창당해 총선에 도전했지만 2석을 얻는데 그쳤다.
총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과반에 4석 못 미치는 133석을 얻은 것.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이 115석,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민주연합은 17석에 그쳤다. 민주당-자민련을 합친 것보다 1석을 더 확보한 셈이다.
다만 이런 물갈이 작업은 항상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함께 가져온다. 강력한 리더십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회창 전 총재는 유력한 대선 후보였다. 김종인 전 대표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고 반발을 제압할 강단 또한 겸비하고 있었다. 강한 리더십과 명분이 뒷받침 되지 않는 물갈이는 자칫 당 대표 독재로 흐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