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1일 사망한 문 모씨의 전처 소생 자녀 9명이 새 어머니 임모씨를 상대로 낸 재산분할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동시에 새 어머니가 전처 소생인 자녀들을 상대로 낸 기여분 확인 소송(반소)도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간병을 한 경우라도 1차 부양의무를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장기간 동거·간호만으로 법정상속분을 변경하는 것은 민법의 입법취지에 반한다”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특별히 부양인지에 대해서는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정도 뿐만 아니라 동거·간호의 비용 부담주체, 배우자의 특별 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결정되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9명의 자녀가 딸린 문모씨는 임씨와 재혼해 3명의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문씨는 2003년부터 병마에 시달렸고 임씨는 그때부터 남편을 간병하며 살아왔다.
몇 년전 남편이 숨지자 전처 소생의 자녀들은 임씨를 상대로 아버지의 재산을 분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임씨는 재산을 분할해 줄수는 있지만 장기간 숨진 남편과 동거하며 간병을 해온 만큼 추가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맞섰다.
법원은 전처 소생 자녀들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모두 법이 정한 법정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임씨가 ‘특별한 기여’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씨가 간호를 한 것은 맞지만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다기 때문에 특별한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부 사이에는 상호 부양과 보호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수준이 아닌 이상 장기간의 간병을 상속분 조정의 이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 법정 상속분에 따른 재산분할을 결정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관은 “배우자가 장기간 동거하면서 간병하였다면 그 자체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