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와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를 합친 지분을 20% 이하로 보유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원칙적으로는 재무적참여자(SI)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박 회장이 HDC그룹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선임권 등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만큼 이번 인수전에서 박 회장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인수전에서 HDC그룹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4000억원을 웃도는 가격을 써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과감한 베팅은 박 회장의 판단이다. 박 회장은 "원하는 기업을 얻고 싶을 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가격을 질러라"라고 정 회장에게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에서 박 회장의 역할이 주목되면서 경영참여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동시에 박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광주제일고 후배다. 박 회장이 인수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호남 기업'의 상징성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앞서 미래에셋대우와 접촉한 한 SI(전략적 투자자)는 "미래에셋대우가 CFO 선임권, 항공기금융, 해외호텔과 연계한 관광 사업권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특히 리스금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90%를 리스 형태로 운용 중인데 연간 리스료만 90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1대 주주인 HDC현산이 이끌고 미래에셋은 이사회 참여 등 경영 관여를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항공기 리스금융 등 재무적 이슈와 관련해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DC그룹의 자금력도 만만치 않다. 인수전의 최대 변수였던 '자본력' 측면에서 정 회장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박 회장의 역할은 한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정 회장은 항공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회계법인과 법무법인들을 선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또한 인사권 전반을 들여다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 재계 관리자는 "인수전 초기 때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주도권은 정 회장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