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미·중 관세 철폐 합의를 둘러싸고 혼란스러웠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겠다. 관세 철폐 가능성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경기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증시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미·중 관세 철폐 번복에 증시도 혼란
그러나 피터 나바로 국장이 "1단계 무역 합의 조건으로 기존 관세를 철회하는 데 합의한 바 없다"고 밝히자, 코스피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6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사들인 규모는 8167억원어치였다. 그러나 8일에는 하루 동안 103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런 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진 데서 비롯됐다. 공화당은 미국 4개 주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3개 주를 민주당에 내줬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분쟁 합의로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관세 철폐 합의를 직접 발표하면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경합 주인 러스트벨트와 팜벨트에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만큼 무역 합의로 이를 뒤집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관보다는 제조업 중심 경기개선 기대
관세 철폐 합의가 없던 일로 됐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무역 합의에서 관세 철폐가 언급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요 경기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관세 철폐가 이뤄진다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또 글로벌 기업들이 지연됐던 투자 계획을 빠르게 진행하면 증시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안 환율이 다시 7위안을 하회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소비재 업종 기업들은 12월 예정된 관세를 피해 대규모 악재를 희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KB증권은 3단계에 걸쳐 관세 철회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1단계는 오는 12월 15일로 유예된 관세와 9월 1일 부과된 1120억 달러 규모의 관세가 철회되는 것이다. 또 기존 2500억 달러에 부과된 25%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게 2단계다.
마지막에는 기존 500억 달러를 제외하고 부과됐던 모든 관세를 철회하는 것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1단계만으로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1.8%, 5.9%로 상승할 것”이라며 "모든 관세가 철회되면 중국의 연간 GDP 성장률은 6.1%, 미국은 2%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산업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었다”며 “합의가 이뤄진다면 건설, 철강, 기계, 조선 등 주가가 떨어졌던 산업재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