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의 '꽃'이 핀다]② 법안 운명 쥔 '국회 상임위원장'

2019-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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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이상 의원부터 도전 가능…법안 처리 속도 조절 등 막강한 권한 행사

국회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린다. 상임위원장은 '다(多)선 순번제'로 운영되며 주로 3선 이상 의원부터 앉을 수 있는 자리다. 18개 상임위원장(예산결산특별위원회 포함) 자리는 3선 의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거쳐야 할 '관문'처럼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다선 의원이 많은 경우 '2년 임기'를 쪼개 1년씩 맡기로 합의하는 경우도 많다.

대한민국 국회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국회 본회의보다 상임위에서 법안의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법안 통과가 사실상 상임위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상임위원장은 명예뿐 아니라 권한도 막강하다. 국회법에 따라 해당 상임위 회의 진행 권한을 갖고 있다. 국회법 제49조 1항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특위 위원장은 각 위원회의 대표자로서 회의 진행과 회의장 질서 유지권, 개회 일시를 정할 권한 등을 가진다. 상임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개의·정회·산회 등 회의의 개최·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아울러 회의 안건이나 회의 중 의원들의 발언 시간과 횟수도 상임위원장의 권한이다.

국회법상 단순한 직무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막강하다. 한마디로 상임위원장이 법안 처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상임위는 여야가 합의를 통해 안건 심의가 이뤄지는 구조다. 따라서 쟁점 법안이나 예산안 처리 등에서 여야 갈등이 발생하면 상임위원장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때 상임위원장은 제동을 걸고 싶은 안건의 경우 회의를 열지 않아 논의부터 어렵게 할 수 있고, 강행하고자 하는 법안의 경우 적극적으로 회의를 주재할 수도 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패스트트랙 안건들이 소관 위원회에서 처리될 수 있었던 것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들이 각각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한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과 소속이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정개특위 위원장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사개특위 위원장은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주 질의 순서를 마무리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접 질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안이 상임위원장의 손에 달린 만큼 부처나 공공기관·공기업, 산업계 등에 미치는 상임위원장의 영향력도 적지 잖다. 소관 부처나 기관이 추진하려는 중점 정책 관련 법안의 상정 여부를 관장하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을 맡을 경우, 자신의 지역구 민원 처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주무 부처 간 소통이 원활한 만큼 차기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상임위원장 중에서도 국토교통위원회와 교육위원회가 '알짜'로 꼽힌다. 국토위 소관 기관은 도로·철도·주택 등 지역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있다. 국토위원장이 되면 자신의 지역구 SOC 사업을 추진하고 예산 배정을 받는 것이 용이해진다.

국토위원장은 구체적인 성과를 갖고 차기 선거를 치를 수 있으므로 지역구 민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소속 박순자 국토위원장이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 처분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부·국립대·교육부 소속기관 등을 소관하는 교육위원회의 경우에도 각급 학교 관련 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육부 사업 예산 등의 예산을 다루므로 교육위원장이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 국회는 입법부를 단 하나의 합의체로 구성하는 '단원제(單院制)'를 채택하고 있어 상·하원 구별이 없다. 그런데도 국회의 '상원'으로 비유되며 비판받는 곳이 바로 '법제사법위원회'다. 그만큼 법사위의 권한이 크다는 방증이다.

법률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면 본회의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법사위다. 국회법 86조 1항에 따르면,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쳤을 때는 법사위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법사위가 법률안의 형식적인 심사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심사를 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지난 6월 한국당 없이 민주당 주도로 처리한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을 법사위에서 상임위원회로 반려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대 국회 때도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이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상정을 거부하면서 법안이 통과되는 데 난항을 겪기도 했다.

상임위원장들이 받는 물질적 혜택도 적지 않다. 지난해 특수활동비 폐지로 상임위원장들이 월 600만원씩 받던 예산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상임위원장 몫으로 의원 월급 외에 월 300만원 추가 예산이 지원된다. 용처 증빙이 필요하지만 위원장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10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감사대상기관 종합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웅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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