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 '개혁개방 1번지' 선전의 재도약

2019-10-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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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특색 사회주의 선행시범구 지정의 의미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4개 특구 중에서 가장 선두에서 경제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던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신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국무원은 중국의 특색 있는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역사적인 사명을 선전에 부여했음을 표명하고 '선행시범구(先行示範區)' 건설을 본격화한다고 선포했다.

경제 발전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인식한 중국 지도부가 이제 산업의 질적 도약과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인 실험을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행시범구 건설은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선전을 비롯한 광둥성 주요 9개 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발전시킨다는 ‘웨강아오대만구(粤港澳大灣區)’ 건설과 맞물려 중국 남부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선전의 이번 실험을 통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국가 통치체계와 통치능력을 현대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선전 개혁 실험의 폭과 깊이는 과거를 완전히 초월하는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실험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선전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은 민생 행복, 지속가능한 발전의 선봉장, 경제·법치·문화·생태환경 보호 등 전방위적으로 심도있는 개혁을 통한 도시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중국의 꿈을 대도시 지역에 실현하는 실험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미 선전은 중국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로 급부상했다. 국가의 혁신적인 정책을 실행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과학기술 부문과 금융, 5G, 인공지능, 바이오의약, 건강산업,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드론 등의 분야를 선전의 미래산업 주축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선행시범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선전은 2025년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35년이면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산업혁신 능력, 문화 소프트파워, 공공서비스, 생태환경 등에서 세계 초일류 창의력과 영향력 있는 글로벌 벤치마킹 도시로 등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 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창업판(차이넥스트) 상장의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공개(IPO) 등록제 개혁을 추진한다. 또 기업의 인수합병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통화 연구와 모바일 지불 등의 혁신적인 정책을 지원한다.

홍콩과 호주 및 싱가포르 금융시장과 상호연계를 활성화하고, 금융상품의 상호 인증을 촉진하며,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선제적으로 금융 규제를 철폐한다.  선전에서 미국 실리콘 밸리를 닮은 창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금융·기술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선전의 발전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이 펼친 1978년 개혁·개방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의 산물이다. 2018년 선전의 GDP는 서울과 비슷한 2조4000억 위안(약 3400억 달러)을  돌파해 아시아 5대 도시 중 하나로 부상했다. 광둥성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선전이 매력적이고 역동적이며 혁신적인 글로벌 도시로 발전하는 데 4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선전은 중국적인 사회주의에다 자본주의를 접목시켜 성공시킨 시범 도시다. 선전이 짧은 기간 안에 놀라운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은 남보다 앞서 대담한 실험을 기획한 정부의 과감한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나라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인 데도 불구하고 선전은 보기 좋게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시진핑 주석은 ‘보아오(博鳌) 아시아포럼’ 2018년 연차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40년 동안 중국 인민은 항상 시대와 함께 전진하며, 끊임없이 사상을 해방시키고, 실사구시의 자기 혁명을 선도해 왔다”고 했다. 중국과 선전의 경제 발전의 추동력이 뭔지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선전이 중국의 새로운 경제 실험구로 선택된 배경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도시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 도입의 용이성, 경영 환경의 최적화, 도시공간의 합리적인 활용, 중점 분야 집중 육성, 개혁·개방 선행 등을 선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장단점을 밝혀내고, 선도적인 역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사회주의는 공유의 개념이 강한 공유경제를 바탕에 깔고 있는 체제다. 공유발전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치추구와 활력의 근원이 된다. 선전이 민생 행복과 혜택을 공유하는 벤치마킹 도시가 되려면, 양질의 균형 잡힌 공공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지속가능한 사회 보장 체계를 구축하며, 사회주의의 공평한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부딪히는 지점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쉽지는 않아 보인다. 선전이 과감히 사회주의적인 이념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적인 시장경제를 도입해 최첨단 도시 건설을 실험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신선한 도전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선전이 소속된 웨강아오대만구는 인구만 해도 1억명에 달한다. 대만구는 이미 한국의 GDP를 2000억 달러 이상 추월하고 있다. 선전과 한국의 미래 산업구조가 서로 겹치는 분야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경제가 최근 좌편향의 방향으로 바뀌면서 성장 동력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어 심히 걱정된다. 한국은 선전의 경쟁력과 미래의 변신과 발전 방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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