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휠체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날 정 교수는 자신의 두 발로 걸어 들어 왔다. 얼굴에 병색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일단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보였다.
이날 정 교수의 출석 모습은 거의 모든 언론사들에 의해 사진이 찍혔다. 이날 현장에 모인 사진기자만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이날 언론사들의 보도태도는 조금 씩 달랐다. 일부 언론사는 정 교수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했지만 다수의 언론사들은 모자이크 처리 등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뒤에 보도했다.
아예 뒷모습만 보도한 곳도 있었다.
이처럼 언론사들마다 보도태도가 달랐던 것은 각 회사마다 ‘공인(公人)’의 판단기준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모든 개인은 ‘초상권’이라는 것을 가진다. 자신의 얼굴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사용하거나 외부에 공표할 수 없도록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특히, 형사사건의 피고인(혹은 피의자)로 출석하는 모습은 개인의 명예권과 관련이 있는 만큼 더욱 민감한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하지만 공인의 얼굴은 ‘초상권’의 예외가 된다. 이미 충분히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보도는 물론 부정적인 보도 역시 당사자가 감내해야할 권리침해로 해석된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측면에서도 공개의 필요성이 있다.
만약 정경심 교수가 공인이라면 초상권을 주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반면 공인이 아니라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얼마 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조권(조국 장관의 친동생)의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된 채 보도됐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인 허윤 변호사(46, 법무법인 예율)는 “정경심 교수가 공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 교수가 포토라인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모자이크 처리 등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허 변호사는 ‘워마드 시위’ 관련 판례를 들어 “공개시위에 참가한 경우라도 부정적인 보도에 사진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다”면서 “형사절차에 출석하는 장면인 만큼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원인 백주선 변호사(사법연수원 39기, 법무법인 융평)는 “정 교수 정도의 인물이면 공인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공개를 해도 무방하겠지만 당사자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