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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국방부 차관(왼쪽줄 앞에서 둘째)과 샤오위안밍 중국군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오른쪽줄 앞에서 둘째)이 21일 베이징에서 한·중 국방전략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중단됐던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5년 만에 재개됐다. 한·중 군 당국 간 관계 회복의 신호탄으로 분석되지만,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암초도 여전하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샤오위안밍(邵元明) 중국군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차관급 회의체인 한·중 국방전략대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양측은 이번 대화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안보 정세 및 상호 관심 사항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국방장관 상호 방문 추진, 해·공군 간 직통전화 추가 설치, 재난구호협정 체결 등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박 차관은 국방전략대화와 별개로 중국 군사과학학회와 국제전략학회가 주최하는 샹산(香山)포럼에도 참석했다.
20~22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샹산포럼은 중국이 주창해 설립된 국제 안보 협의체로, 서구 주도의 '샹그릴라 대화'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짙다.
이번 포럼에서는 남북과 미·중 등 한반도 이해 당사국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국방부장은 20일 남북 국방 차관급 인사와 연쇄 회동했다.
웨이 부장은 박 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한은 서로 중요한 이웃 국가"라며 "고위급 교류와 전문적 협력을 강화해 서로의 핵심적인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감한 이슈를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며 사드 문제를 에둘러 언급했고, 박 차관은 "소통을 강화하고 전략적 신뢰를 높여 비핵화 실현과 평화 체제 구축을 함께 추진하자"고 답했다.
또 웨이 부장은 김형룡 북한 인민무력성 부상과의 회담에서 "군이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자"고 덕담을 건넸고, 김 부상은 "양국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는 것은 조선(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했던 북·중 회담과 달리 김 부상은 북·미 관계에 대해서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샹산포럼에 참석한 김 부상은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포럼 때 남북 차관급 국방회담이 열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박 차관과 김 부상이 별도로 회동하지 않았다.
한편 웨이 부장 역시 이날 포럼 개막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한 듯 "일부 국가가 배타적 안보 전략을 구사하고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지역 안보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후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할 가능성이 대두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그는 홍콩·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타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해당 지역을 어지럽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중국은 조상이 남긴 땅을 한 치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