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때이른 인사’, 대형마트 3大 위기론 담았다

2019-10-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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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침체·온라인 시장 재편·글로벌 진출 3사 모두 난제

이마트, 올 2분기 사상 첫 적자 위기감 고조...인적쇄신 카드

해외 트렌드 밝은 외부인사, 26년만에 첫 영입...적자 극복 숙제

신세계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이마트가 예년보다 일찍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대형마트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를 낸 이후 인적쇄신에 속도를 낸 것을 두고 △오프라인 침체 △온라인 시장 재편 △글로벌 진출 등 대형마트업계의 3대 위기론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해석이다.

신세계그룹은 21일자로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50)를 이마트 신임 대표로 영입하는 등 이마트부문 인사를 단행했다.

 

강희석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행시 출신 강희석 대표, 美 컨설팅 회사서 이마트와 인연...글로벌 유통트렌드 밝아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이다.

2004년 미국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2005년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10여년간 이마트의 컨설팅 업무를 맡아, 이마트는 물론 유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커머스의 공세에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이마트가 온·오프라인 유통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글로벌 트렌드에도 밝은 유통 전문가를 영입했다고 본다.

실제 강 대표는 미국 기반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터라 해외 유통 트렌드에도 밝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가는 데 적임자로 판단했다”면서 “그간 이마트와 협업한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유통시장을 글로벌 트렌드로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 및 이마트 영업이익 추이 [아주경제 그래픽팀 ]


◆이마트 사상 첫 적자, 대형마트 전반 오프라인→온라인 전환 속도戰

이마트의 수장 교체설은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영업손실 299억원)를 내면서 이미 제기됐다. 2분기 매출액은 4조5810억원으로 전년대비 14.8%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 1993년 문을 연 이래 적자는 처음이다.

매년 12월 1일자로 인사를 내던 신세계그룹이 예년보다 한달 이상 빨리 인사를 발표한 것도,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을 해결할 카드로 ‘인적 쇄신’만 한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인사를 하면 내년도 사업계획을 선제적으로 세울 수 있다.

다른 대형마트도 실적 부진은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의 2분기 매출은 1조5950억원으로 1.6% 늘어났지만,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270억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여서 분기 실적 공개 의무가 없지만, 앞서 두곳보다 사정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2018 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90억원으로, 전년보다 57.59% 급감했다. 매출액은 7조6598억원으로 3.67% 줄었다.

오프라인 위기감이 커지면서 온라인 배송 전쟁이 시작됐다. 대형마트를 찾지 않는 1인 가구의 증가,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성장세가 큰 압박이 됐다.

문제는 대형마트들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출혈경쟁을 하면서 오히려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올 초부터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시작해 신선식품과 생활필수품 등을 초저가에 팔고 있지만 비용부담만 커지고 있다. SSG.COM(쓱닷컴)이 시작한 ‘새벽배송’도 규모는 작지만 물류센터 가동 등 부담이 커 실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존 리 구글코리아대표가 차기 쓱닷컴 대표가 돼 혁신을 이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나머지 2개사도 ‘당일 근거리 배송’에 역점을 두면서 물류기능을 확대하고 있지만, 덩치가 큰 기존 매장이 부담이다. 올해 특히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면서 대형마트 3사는 부실 점포 매각과 리츠를 통한 자산 유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남은 활로는 글로벌 진출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완전 철수 이후 신시장으로 베트남과 몽골, 인도네시아 등에 신규 점포를 열고 있다. K-팝(POP) 등 한류 붐으로 동남아 점포가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아직 소비 규모가 국내 수준에 미치지는 못한다. 

이마트는 내년 상반기 미국 LA에 PK마켓을 열고, 유통의 메카인 북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강희석 대표가 미국 컨설팅 회사 출신으로 현지 사정과 유통 트렌드에 민감한 것도 이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한발 빠른 인적 쇄신으로 업계에 혁신의 경종을 울렸다”면서 “정 부회장과 비슷한 연배의 ‘젊은 피’가 수혈된 만큼, 이마트를 시작으로 대형마트 업계가 추진 중인 온라인 전환, 글로벌 진출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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