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주목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세계 경제 90% 동반 둔화 경고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연차총회는 세계 경제 90%가 동반 둔화하고 있으며, 무역갈등이나 브렉시트 등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은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통상갈등이 꼽혔다. 총회 직전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1단계 합의'를 이뤘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됐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신임 총재는 "문제는 단순한 관세가 아니라 앞으로의 무역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무역전쟁이 제조업을 압박하면서 경기회복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18일부터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에어버스 보조금 분쟁과 관련해 승소한 미국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연간 75억 달러어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IMF는 이번 총회에서 세계 경제 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낮춰잡았다. IMF는 연간 성장률이 2.5% 아래로 내려갈 때를 침체로 정의하기 때문에 당장 침체 위험은 낮게 평가되지만, 전망대로라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중앙은행 탄약 부족··· 재정정책 관심↑
이번 회의에선 경기둔화에 대응해 통화정책과 구조개혁뿐 아니라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세계적인 둔화 추세 속에서 미국, 유럽에서 신흥국에 이르기까기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잇따라 통화완화 공세에 나서 통화정책 여지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세계 중앙은행이 가진 탄약이 적기 때문에 정책적 실수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대신 재정 부양을 지지했다. 그는 "성장둔화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유지를 요구한다. 그러나 통화정책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면서 "재정정책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정정책의 역할을 둘러싼 시각은 나라별로 엇갈렸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나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재정정책을 포함한 정책 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정부가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재정정책 확대의 필요성을 일축했다.
재정정책 확대 논의는 '정부가 재정적자 걱정 말고 화폐를 더 찍어내 부양하라'는 '현대통화이론(MMT)'까지 연결됐다. 다만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스탠리 피셔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은 돈을 더 찍어내면서 물가상승률을 통제하는 상황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게 MMT가 가진 근본적인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합은 좋지만 MMT는 이를 극단적으로 끌고간 사례"라고 꼬집었다.
◆노벨상 실러 "트럼프 효과에 침체 당장 없다"
세계 경제 수장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통상갈등이 세계 경제를 둔화에 빠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꼽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막는 것이 '트럼프 효과'라고 짚었다.
그는 지난 18일 CNBC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소비지출을 뒷받침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2 이상을 기여하는 버팀목이다. 행동재무학의 거장인 실러 교수는 호화로운 생활을 보여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으로부터 미국 소비자들이 동기를 부여받고 있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낙관론의 최대 위협은 현재 진행 중인 탄핵 조사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에서 살아남으면 상당 기간 시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과거 부동산·닷컴 버블을 미리 경고한 것으로 유명한 실러 교수는 "경기침체가 코앞에 와 있다고 가정하는 실수를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소비·친기업을 표방하면서 백악관을 지키는 한 미국이 3년 안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고, 그 뒤에 찾아올 침체의 강도 역시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