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老일자리 앞장 유통기업] “환갑 지났지만 인생 2막은 스타벅스 바리스타”

2019-10-14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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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바리스타 오영자·한희숙씨 “소액 벌지만 자식에 손 안벌리니 맘편해”

스타벅스, 73평 규모 어르신 전용 바리스타 교육장 설치..‘라떼 아트’ 기대

경기도 군포 '군포 시니어 클럽'에 있는 에스빔브런치 카페에서 시니어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는 오영자씨(왼쪽)와 한희숙씨. [사진=조아라 기자]


환갑을 넘은 나이에 ‘시니어 바리스타’로 인생 제 2막을 연 사람들이 있다. 경기도 군포시 소재 군포시니어클럽 시니어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에스빔브런치 카페에서 만난 한희숙씨(67)와 오영자씨(68)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퇴직 후 노년기에 바리스타로 일하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했다. 10여년 전 우연히 바리스타란 직업을 알게 된 뒤, 복지관과 바리스타 학원 등을 오가며 커피를 열공(열심히 공부)했다.

한희숙씨는 “TV에서 우연히 시니어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를 봤다”면서 “나도 나중에 저 일을 하며 행복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으리란 생각에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노력 끝에 55세에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오영자씨 또한 노년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바리스타를 택했다. 사실 오씨는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윽한 커피향을 사랑한다. 오씨는 “커피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매일 커피 향을 맡을 수 있는 직업이 바리스타여서 도전하게 됐다”고 수줍게 웃었다.

사실 50대 중반에 시작한 커피공부는 녹록지 않았다. 영어로 된 전문용어가 많았고, 30~40대 젊은이들과 달리 체력도 따라주지 않았다.

공무원이던 한씨는 수동기계로 커피를 내리는 작업이 버겁기만 했다. 한씨는 “하루에 4시간씩 학원에서 실습하다가 팔꿈치를 다친 적이 있다”면서 “사무직만 하며 몸을 쓴 적이 거의 없으니, 팔을 많이 쓰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경기도 군포 에스빔브런치 카페에서 시니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한희숙씨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그럼에도 이들의 커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시니어 바리스타 타이틀은 자랑스럽기만 하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시니어 바리스타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적은 편이지만, 오롯이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만족한다.

오씨는 “옛날에는 내가 번 돈을 모두 자식들에게 썼는데, 이제는 길 가다 사거나 먹고싶은 것이 있으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산다”고 말했다. 한씨도 마찬가지다. “가족에게 손 벌리지 않고 직접 용돈을 벌어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했다. 

에스빔브런치 카페 시니어 바리스타의 근무시간은 주 2~3회로, 하루 4시간 근무제라 월급이 사실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니어 바리스타들은 금전 외에도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즐거움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오씨는 “직접 커피를 서빙하며 젊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좋다”고 말했다. 이곳 카페에서 시니어 바리스타는 주문 받기부터 음료 제조, 서빙, 계산까지 모든 업무를 직접 한다.

한씨도 “일하면서 다양한 연령의 손님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게 즐겁다”면서 “특히 내가 만든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면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카페의 또 다른 손님을 반겼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달 10일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기도 군포시 군포시니어클럽에 오픈한 ‘어르신 전문 바리스타 교육장’을 오픈했다. [사진=조아라 기자]


두 사람은 10월부터 ‘스타벅스 상생 교육장’에서 진행되는 전문 바리스타 교육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달 10일 군포시니어클럽에 시니어 바리스타 전문 교육장인 스타벅스 상생 교육장을 오픈했다. 

73평(약 240㎡) 규모로 다목적 강의실과 교육장 등을 갖춰 한번에 30명의 바리스타들이 다양한 음료 제조 실습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 제빙기, 커피교육 기구, 냉난방 시설, 시청각 장비 등 실제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받고 있는 교육시설과 동일한 형태로 꾸며졌다. 

스타벅스는 이번 교육장의 전체적인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 비용 등 일체를 맡았고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직접 방문해 한국시니어클럽협회 소속 2100여명의 시니어 바리스타에게 커피 전문 교육, 매장 운영 지원 등 재능기부 활동을 펼친다.

오씨와 한씨는 자신들이 소속된 군포시니어클럽 건물에 스타벅스 상생 교육장이 오픈한 만큼,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교육을 통해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씨는 “스타벅스에서 교육장을 만들어줘 시니어 바리스타로서 자부심이 생긴다”면서 “젊고 유능한 젊은 바리스타에게 교육받아 바리스타로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 바리스타들이 멋지게 만들어내는 ‘라떼 아트’를 꼭 해보고 싶단다.

끝으로 이들은 “100세 시대에 늦은 나이는 없다”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미리 준비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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