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처리, 임금체불 등 노동 관련 분쟁과 갈등이 잦아지면서 공인노무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공인노무사는 어려움에 부닥친 노동자를 대신해 신고, 진술, 청구 등 전문 법률서비스를 대행 또는 대리한다.
하지만 노동 직무에 행정사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발단은 2015년 행정사가 공인노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다. 급기야 올해 행정사가 권익위에 관련 민원을 제기하면서 공인노무사의 고유 직무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은 “행정사의 산재 업무 대리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권익위가 공인노무사법에 근거해 합당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행정 해석과 정부 지침으로 행정사가 산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박영기 회장은 산재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정부 지침에 근거해 행정사의 불법적인 산재 업무 대리 행위를 금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공인노무사 일은 ‘전문 자격사 제도’에 근거한 고유직무임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전문 자격사 제도는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라며 “공단이 행정사의 산재 업무 대리 행위를 금지한 것은 그 자체가 헌법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를 둘러싼 행정사와 노무사의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는 일을 폭넓게 해왔다. 여기에는 노무 관련 서류 대행업도 포함한다. 노무사, 법무사 등과 직무 범위 영역을 둘러싼 잦은 다툼이 있었던 이유다.
그러자 법제처는 2010년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작성이라 하더라도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자격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도록 한 경우, 행정사는 할 수 없다’는 법령 해석을 내렸다.
5년 뒤 법제처는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의 업무 제한을 두면서도 공인노무사법 제27조 단서 조항을 들어 ‘다만 다른 법령에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며 기존 해석과 다른 입장을 냈다.
행정사는 이런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공인노무사 업무 중 서류 작성 등 일부는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박 회장은 “2015년 법제처가 뜬금없이 행정사도 공인노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며 “법제처 해석의 근거가 공인노무사법 제27조 단서 조항이어서 이 조항을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국회 처리 시급
박 회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했다. 특히 ‘다른 법령으로 정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공인노무사법 제27조의 단서 조항을 하루빨리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현행법상 공인노무사만 할 수 있는 업무를 이외의 자가 하면 형사 처벌을 무겁게 하는 조항이 있고, 실제 처벌 사례도 많다”며 “단서 조항 때문에 행정사가 우리 업무에 개입하고, 비자격사나 불법 브로커를 처벌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 적용에 혼란이 계속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돌아간다”며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은 반드시 이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변경,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주요 쟁점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이 개정안은 우선순위에 밀려 있다. 박 회장이 법 개정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그는 “이번 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0년 5월 29일까지고, 이때를 넘기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모든 법안은 자동폐기된다”며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전후로 법안처리가 불가능할 것이고,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