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굴욕”…中에 무릎 꿇은 美 기업들

2019-10-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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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블리자드 등 중국 눈치 보기...미국 내 비난 여론 거세

미국 기업들이 ‘거대시장’ 중국의 파워에 무릎을 꿇고 있다. 홍콩 시위 지지 발언 등으로 중국의 압박에 시달린 기업들이 잇달아 중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표기업인 애플 마저 중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굴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애플, 홍콩 시위 관련 앱 삭제하고 中 부정적 묘사 금지 지시까지

12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씨넷은 버즈피드뉴스를 인용해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인 TV플러스 책임자에게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눈치를 보고 있는 끊임없는 애플의 노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실제 애플은 최근 중국 눈치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미국 기업 중 하나다. 대만·홍콩 문제 등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자세를 낮추고 있다.

앞서 10일에도 애플은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해온 실시간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인 ‘홍콩맵라이브’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해당 앱이 홍콩의 법규를 위반했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중국 당국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애플이 홍콩 폭도들의 불법행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지 하루 만에 내놓은 조치기 때문이다.

이달 초 iOS 13.1 업데이트에서는 홍콩과 마카오 아이폰의 대만 국기 이모티콘이 차단됐다. 애플은 이미 2017년부터 중국 본토 아이폰에서 대만 국기 이모티콘이 삭제했지만 중국 행정 구역인 홍콩과 마카오로까지 차단 지역을 넓힌 것은 처음이다. 홍콩 시위로 해당 지역에서 반중 감정이 높아진 탓이라는 해석이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매체들은 앞다퉈 애플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 IT 매체 쿼츠는 “대만 국기를 이모티콘에서 삭제함으로 애플이 중국에 절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애플의 홍콩맵라이브 삭제와 관련해 “애플은 이 앱이 폭력을 행사하는데 사용됐다고 설명했는데, 이런 보도는 마치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돈에 굴복한 애플”이라고 비꼬았다. 애플은 지난해 수익 약 2600억 달러 가운데 510억 달러를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9일 중국 상하이 건물에 걸린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와 로스엔젤레스 레이커스의 경기 홍보 현수막이 걷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리자드·NBA도 ‘홍콩시위’로 수난

중국에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 비난을 받고 있는 회사는 애플뿐만이 아니다. 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홍콩 시위자를 지지한 게이머를 즉각 퇴출시키면서 역풍을 맞았다.

지난달 홍콩 출신 ‘하스스톤’ 게이머인 블리츠청이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외치자 블리자드는 하스스톤 대회 출천 자격을 1년간 박탈하고, 그의 상금을 몰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이 일로 미국 인터넷상에는 반블리자드 정서가 확산했다. 트위터 등 미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블리자드 보이콧’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글이 늘어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블리자드 측은 즉시 그의 출전 자격 박탈 기간을 6개월로 줄이고, 상금을 돌려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거세다.

미국프로농구(NBA)도 최근 홍콩 시위로 수난을 수난을 겪고 있다.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머리 단장의 홍콩 지지 트윗을 올리자 중국에서 NBA 보이콧이 촉발되면서다.

관영 중국 관영 CCTV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텐센트가 일제히 시범경기 중계를 거부했다. 또 NBA를 후원하는 중국 스폰서 업체들은 앞다퉈 NBA와의 협력 중단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이 다른 이슈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를 판정하는 것은 NBA의 역할의 아니다”라며 중립적 입장을 내놨지만 NBA 선수들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00년대 유명 NBA선수 저멀 매쉬번은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에 대해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선수 생활을 할 때나 은퇴 이후 생활을 위해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감안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CNBC는 "애플이나 블리자드, NBA는 각각 중국의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지만 모두 중국의 의도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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