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조국...사학 병폐가 국민을 거리로 내몰았다

2019-10-1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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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이래 한 번도 감사 안 받은 연세대 등 111개…전체의 40%

학종 13개교 조사도 지난달 등 떠밀려 조사 착수한 교육부

교육 공수처·공영형 사립대 대안도 제각각...공론화 하세월

정유라 부정 입학 사례와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의혹. 이 사건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의 소위 엘리트 집단이 자녀에게 특권을 대물림하면서 명문사립대 입시를 준비했다는 불만이다. 선량한 다수 중산층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허약한 교육 공정성과 유치원부터 카르텔을 형성해 대학까지 이어지는 사립 교육에 분노하고 있다.

◇ 개교 이래 종합감사 한 번도 안 받은 사립대 111교···16개교 감사 기간만 무려 2년 

지난 7월 연세대 종합감사장[사진=연합뉴스]


국공립대는 3년마다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수가 월등히 많은 사립대의 종합감사는 대부분 제보로 이뤄진다. 놀라운 사실은 전체 278개 사립대 중 개교 이후 종합감사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곳이 연세대를 비롯해 무려 111개교에 이른다는 것이다. 전체 사립대의 40%에 해당한다. 일반대가 61개교, 전문대가 50개교였다.
교육부는 대형 사립대 16개교 종합감사를 먼저 시작하는데, 감사 기간이 2021년까지 무려 2년이다. 정권이 사실상 끝나고 차기 대통령 선거 국면까지 감사만 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90여개교는 언제 시작할지, 결과는 또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사립대학엔 매년 국가장학금을 포함해 약 7조원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최근 조국 장관 자녀 학력 의혹으로 교육부는 지난달 서울대, 서강대 등 대형 대학 13개교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 조사에도 나섰다. 부모의 경제력과 지위, 인맥 등이 학종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에 교육부가 등 떠밀려 점검에 나섰다. 

◇ 솜방망이 처벌 뒤엔 교피아-비리 사학 유착 의혹
교육부가 지난해 6~7월 진행한 회계 감사에서 고려대는 4년간 학생경비와 실험실습비 3억3000만원으로 순금을 사 교직원에게 나눠줬다. 교육부는 고작 벌금 200만원을 부과했다. 연세대는 학생 기금 110억원을 교직원에게 가계생활 안정자금으로 빌려주고, 교수 연구비를 기금으로 임의로 사용하다 적발됐지만, 경고만 받고 넘어갔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교육부가 사학 비리를 부채질하고 교육 불신의 원흉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한다. 교육부의 형식적인 사립대 감사, 솜방망이 처벌, 고발해도 절반이 무혐의로 끝나는 것은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알선해준 사립대와 교육부의 유착관계가 작용했다고도 본다.

실제로 2016년 백석예술대와 백석총회의 토지·건물 거래를 용인해 대학 측에 87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최근 종합감사를 받은 백석예술대 A 총장은 전직 교육부 차관, B 학사 부총장은 고위 공무원인 학술원 사무국장이었다.

◇ "총장 선출 절차 제도화", "교육 판 공수처 설치"…공론화 시급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이런 사학 문제에 “이사회나 법인이 입맛에 맞는 꼭두각시 총장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사립대 총장 후보 선출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대학평가 진단지표에 총장 선출 관련 지표를 넣어 강제해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제안했다.

윤지관 전 한국대학학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인 공영형 사립대 예산은 연구기금 10억원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실질적으론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며 “중소 대학의 공영화를 중심으로 예산 배정을 새로 해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공립대와 공영형 사립대·독립형 사립대 비율을 5:5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준 국가교육회의 고등교육 전문위원은 “교육부 감사의 근본적인 문제는 감사 인력과 권한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사학의 부정이나 회계 비리를 들여다볼 수사권을 가진 교육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해 투명하게 사립대를 들여다보고, 건전한 사립대에 재정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의 해결 방안도 제각각이다. 교육부가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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