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오원 “음악은 삶과 혼이 담겨 있는 아카이브”

2019-10-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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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이 한 트리오 오원, 11월 전국 투어

[7일 일신홀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트리오 오원' 사진=PRM 제공]

“클래식에는 곡이 만들어질 때 당시의 삶이 담겨 있다. 책, 영화 혹은 아카이브(archive)를 통해 알 수도 있겠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음악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담겨있다. 혼이 담겨 있는 아카이브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찢을 것 같은 강렬한 연주가 귀를 파고들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곡은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을 건드렸다. 나치와 스탈린으로 인해 비극적인 운명을 살았던 바인베르크가 1945년 작곡한 피아노 트리오(3중주) OP.24 2악장은 처절했다.

파리음악원 출신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엠마뉘엘 스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애로 구성된 ‘트리오 오원(Trio Owon)’은 지난 1일 결성 10주년을 맞아 러시아 작곡가 모음집 앨범을 발매했다.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바인베르크의 피아노 트리오곡을 담았다. 오는 11월에는 전국 투어에 나선다.

10주년을 기념하며 7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일신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트리오 오원’은 바인베르크 2악장,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트리오 2번 OP. 67 3악장,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트리오 OP.50 1악장 도입부를 연주했다. 혼이 담긴 10년의 울림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었다.

10주년을 맞아 선택한 차이코프스키는 우연히 운명처럼 다가왔다. 양성원은 “작년에 큰 페스티벌을 마치고 나오는데 어느 분이 사인해달라고 요청을 하셨다. 5개 CD 모두 차이코프스키의 트리오 작품이었다. ‘트리오 오원’의 차이코프스키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제는 차이코프스키를 녹음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바인베르크는 매우 안 알려진 음악가다. 매우 저평가된 작곡가다”고 설명했다.

파리음악원 출신인 3명의 연주자는 2009년 트리오 오원을 구성했다. ‘오원’은 조선 화단의 거장 화가 오원 장승업의 아호로 삶과 예술혼을 기리는 뜻에서 정했다.

연세대 음대 교수인 양성원과 파리음악원 교수인 올리비에, 엠마뉘엘은 10년 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중국, 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알고 지낸지 40여년이 됐기 때문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

‘트리오 오원’은 작업할 때 원칙이 있다. 양승원은 “곡을 연주할 우리를 앞세우는 것 보다 최대한 빠지는 것에 집중한다. 곡이 갖고 있는 깊이 있는 혼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자연스러운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트리오 오원’에게 음악은 기억이다. 양승원은 “역사적인 요소를 금방 잊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80여 년 전 인간이 느끼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 불행함을 마음에서 재생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트리오 오원’은 그들만의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엠마뉘엘 슈트로세는 “16세 때부터 트리오를 시작했다”며 “셋이 본격적으로 작업하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 현악 4중주처럼 깊이 있는 작업을 해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들은 오는 11월 전국투어를 갖는다. 음반 수록곡인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바인베르크와 라벨, 드뷔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작품으로 꾸미는 이번 투어는 11월 15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을 시작으로 16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창원국제실내악축제 초청),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2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24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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