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10대 청소년들도 장래 희망으로 건물주를 꿈꾸는 세상이 됐다. 국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요동치는 금융자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빌딩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기보다는 부동산으로 미래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주가 하락 등 나라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자 심리지수가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지수는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000가구로, 지난 3월(2000가구)의 4배 수준까지 늘어났다. 사실상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7배 수준에 달했다. 이는 한국이 생산 활동으로 얻은 부를 한 푼도 쓰지 않고 7년 동안 모아야 전 국토의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GDP 대비 부동산 배율은 일본이 4.8배, 미국 2.4배, 캐나다 3.9배, 영국 4.4배, 프랑스 5.5배, 호주 5.8배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에 자산이 몰려 있으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대출금리가 상승해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7월 은행의 전체 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한 달 전보다 0.09% 포인트 내린 3.40%였다. 대출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대출금리는 2.80%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이전인 6월보다 0.01% 포인트 올랐다.
앞으로 실질 대출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가계 빚 부담이 커져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 증대를 유발하는 게 일반적인 경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 시 소비가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은 경제연구원의 김기호 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금융자산이나 실물자산의 가격이 오를 경우 소비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집값이 오를수록 가계가 씀씀이를 오히려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주택가격 변동이 가계 구매력의 불확실성을 높였고, 오히려 소비 감소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향후 10년 안에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중심의 자산을 금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금융사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투자 상품의 고도화와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