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한 손에 ‘검찰개혁’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자리를 채웠다. 이날 참가한 시민들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수사하고, 혹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수사하고 있다“며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3곳을 제외한 나머지 특수부 전면 폐지안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고 있는 특수2부를 포함해 전체 특별수사의 대부분을 다루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는 축소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눈가리고 아웅식’의 개혁안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부서개편’...개혁이라고 보기 어려워”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은 조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직접 검찰개혁을 지시했다.
다음날인 1일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도 ‘검찰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첫 번째 권고안으로 발표했다.
위원회는 직접수사 부서 대폭 축소를 위해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즉시 개정할 것도 권고했다.
검찰은 이날 중앙지검 외 2곳을 제외한 나머지 특수부를 폐지 하겠다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사흘뒤인 지난 4일 검찰의 폐지안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 직접수사부서의 규모가 비대해 대폭 축소돼야 한다”고 의결했다. 전국 모든 특수부가 개혁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법무부 역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개혁위의 권고안을 적극 수용해 검찰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위해 검찰 직제와 인사규정을 신속히 개정하도록 지시했다"며 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공개소환 전면 폐지, 특수부 축소 등의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주변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에서 권고안을 내고, 검찰이 받는 식으로 검찰개혁이 진전을 이루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상 ‘눈가리고 아웅식’의 개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혁’은 판을 갈아엎는다는 건데 사실상 국회로 대부분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말미에 남은 몇 가지를 두고 개혁이라고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취지다.
특히 현재 검찰이 정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부분 '대통령령'이다.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이에 대한 문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특수부 인원들이 그만두는 것이 아닌 부서배치로 그칠 가능성이 있어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의 빠른 진전을 위해 훈령으로 현 상황을 일시적으로 바꾼다면 다음 정권에서는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고, 사실상 형사6부가 ‘인지수사’를 할 수 있는 부서이기 때문에 ‘특수부’를 폐지한다고 해도 그 인원이 인지수사가 가능한 형사부로 배치된다면 결국 ‘특수’라는 단어가 빠진 특수부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신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화담)는 "검찰은 개혁이라는 당장의 일부 카드를 내어주고서라도 조국 장관 수사동력을 지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치검찰’이라는 색깔을 빼기 위한 검찰개혁이 사실상 부서개편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특수부 폐지 부정적 의견도... 대체방안 제언
특수부는 일반 고소·고발 사건 보다 중대한 특별 사건을 맡는다. 정치인, 재벌 총수 등 수사 대상이 권력층이거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전문인력과 시간이 요구되는 경우에 투입된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당장 특수부를 폐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위한 조치라고 하기엔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경수사권이 완전히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인지수사가 없어지는 게 과연 타당할 지, 거악(巨惡) 척결을 위해서 과연 특수부라는 게 정말 존재하지 않아야 될 지 그것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융사건을 예로 들면 국민들이 문제가 터지기 전에 알아채고 고소·고발하기는 어렵다”며 “국민 한사람에게는 200원인 주식이 시세조정행위 등 사기적 부당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1000주, 10000주를 갖고 있을 경우엔 200억이 되고 2000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선거사건 같은 경우도 그 사전에 인지가 중요하고 파악을 하는 게 중요한데 인지를 하지 못한다면 선거가 끝난 후엔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이미 권력층이 된 다음이라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도 “중앙지검 특수부까지 폐지 혹은 축소할 경우 거악을 누가 척결하느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지수사' 부서인 특수부를 폐지하고 나면 앞으로 형사6부에서도 인지수사를 안 해야되는가 라는 것도 문제로 남는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훈령으로 급하게 개혁을 하는 것이 아닌 법·제도적 개혁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