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유제니오 바르바 “ ‘크로닉 라이프’, 전쟁의 후유증 그린 작품”

2019-10-02 18:46
  • 글자크기 설정

1964년 창단 된 오딘극단, 독자적인 행보

[바르바 연출.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 ‘크로닉 라이프’는 전쟁의 후유증에 관한 작품이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멀리 있어도 전쟁은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중요한 문제다”

덴마크 오딘 극단의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은 전쟁 이후를 다룬 작품이다. 연극인류학의 창시자인 거장 유제니오 바르바는 처절한 연극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가 오는 3일부터 20일까지 18일 동안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개최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국내 최대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국제공연예술축제로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가 후원한다. 올해에는 독일, 덴마크, 러시아, 벨기에, 이스라엘, 프랑스,핀란드 등 7개국의 해외작과 불가리아 원댄스위크와 협력 제작한 작품 및 10편의 국내작 등 총 9개국 단체의 18개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3일부터 5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크로닉 라이프’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2011년 9월 덴마크 홀스테브로에서 초연된 ‘크로닉 라이프’는 한국 관객들을 최초로 만난다. 총 3회 공연 모두 매진됐다.

오딘극단이 선보이는 전쟁에 관한 3개의 연작 중 하나다. 가상의 작품은 제3차 세계대전이 끝난 2031년을 배경으로 한다. 현재를 반영한 미래다.

‘크로닉 라이프’의 바르바 연출은 2일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은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 가족들이 서로 떨어지는 고통을 겪는 상황을 그린다”며 “현재 유럽에서는 난민 문제가 심각하다. 일상이 파괴된 상황에서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됐다. 체첸 지역의 난민으로 남편을 잃는 미망인과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콜롬비아에서 유럽으로 온 16세 아들의 이야기다. 바르바 연출은 “두 가지 사랑은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오딘극단의 작품과 교육 과정을 관통하는 주제인 전쟁과 사랑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바르바 연출은 “공연에서는 아픔, 고통, 잘못된 희망에 대한 이야기 들을 한다. 완전히 폐허가 된 공간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한다”고 소개했다.

‘크로닉 라이프’의 전달 방식은 특이하다. 4개 대륙 11개 국가에서 모인 40여명의 단원들은 ‘크로닉 라이프’에서 각기 다른 모국어로 공연을 한다. 대사에 대한 자막이 없지만 배우들의 움직임과 소리, 시각적 효과 등을 통해 관객들의 다양한 감각을 깨운다.

바르바 연출은 “ ‘연극적 언어’로 대사를 뛰어넘는 것이 가능하다. 55년 전에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벙어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래나 동작도 굉장히 색다르다”고 설명했다.

1964년 창단된 오딘극단은 1966년 덴마크 홀스테브로로 이전하면서 ‘노르딕 연극연구소-오딘극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작품 제작 외에도 연극 단체들을 위한 네트워킹, 극단 및 앙상블 호스팅, 오딘위크 페스티벌 개최, 도서 발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딘극단은 지난 50년을 묵묵히 한 길을 걸어왔다. 바르바 연출은 “처음에 돈이 없었을 때는 하루에 1불로 살았다. 사회는 우리에게 연극하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연극하는 것이 나에게는 절실했기 때문에 가난을 감수했다. 외양간을 얻어 연극을 시작했다”며 “지금은 시, 유럽 연합 등에서 전체 예산의 50%를 지원해주고 공연과 강연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50%를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오딘극단의 1년 예산은 40억원이다.

이동일 오딘 씨어터 아시아 디렉터는 “바르바를 비롯해 모든 오딘극단 사람들이 같은 월급을 받으며, 함께 작업하고 활동한다. 예술가들이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수준 높은 작품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오딘극단의 의미 있는 작업은 국내에서 계속된다. 오딘극단은 오는 2020년 10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되는 제3차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위해 진도씻김굿 연희패, 광주 지역 극단 등 국내 창작진들과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2020년을 끝으로 오딘극단 대표직을 내려 놓는 바르바 연출은 “ 내게 자산이나 명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소멸되거나 없어질수도 있지만 그것이 증발하길 원한다. 하늘로 올라가 비처럼 떨어져 내가 비를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머리 위해 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