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몽룡’ 마린스키 쉬클리야로프 “ ‘춘향’, 최고 수준의 창작 발레”

2019-10-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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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10월4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사진=전성민 기자]

“ ‘춘향’ 출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꼭 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클래식 창작 발레다.”

‘파란 눈의 몽룡’이 되기로 결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춘향’은 세계 최고의 발레단으로 꼽히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에게도 매력적인 도전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창작 발레 ‘춘향’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안무와 연출을 맡은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 감독, 춘향 역을 맡은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몽룡 역을 맡은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부예술감독이 참석했다. ‘춘향’은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쉬클리야로프는 최고의 발레리노라는 당쉐르 노브르가 어색하지 않은 무용수다. 2003년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같은해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쉬클리야로프는 2007년 솔리스트를 거쳐 2011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고, 현재까지 마린스키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95년 외국인 최초로 마린스크발레단에 솔리스트로 입단한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부예술감독은 “쉬클리야로프는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것보다 외국에서 훨씬 더 유명하다. 마린스키서 없어서는 안 되는 무용수다. 세계 여러 발레단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안 해본 레퍼토리가 없다. 테크닉뿐만 아니라 표현력도 좋다. 감성적인 연기가 뛰어나다. 팬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1일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강미선과 호흡을 맞춘 쉬클리야로프는 무엇보다 감성적인 표현이 눈에 띄었다. 파트너를 배려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보였다. 힘겨운 연습을 신뢰로 버텨냈다.

쉬클리야로프는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2010년 '지젤', 2012년 '백조의 호수' 내한 공연으로 국내에 팬덤을 형성했고, 2018년 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로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쉬클리야로프는 “단기간 어려운 작품을 준비 중인데 파트너인 강미선 덕분에 가능했다. ‘춘향’은 그 어느 작품과 같지 않은 특별한 작품이다. 작품의 수준을 낮추지 않고 ‘춘향’이 잘 보전됐으면 좋겠다. (외모적으로 봤을 때) 한국 몽룡의 이미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 무용수로 자신의 최대한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채와 붓을 손에 많이 들고 공연한다.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소도구에 미가 많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로 번역된 ‘춘향’을 읽으며 ‘몽룡’과 ‘춘향’을 이해했다.

최고의 자리에 선 비결은 한 계단 한 계단씩 오른 꾸준함이다. 쉬클리야로프는 “2003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군무부터 시작해서 밟아온 게 큰 도움이 됐다. 그 당시에는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되돌아보니 나에게는 큰 받침돌이더라. 군무부터 제대로 배우고 차근차근 성장한 무용수가 더 오랜 기간 더 좋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현재는 발레단이 여러 개 생기는 등 2003년도랑 비교하면 환경이 조금 변했다. 군무를 보면 발레단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춘향’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번째 창작발레이다. 초기 연출은 전)국립무용단 배정혜 단장이 맡았고, 창단 30주년을 맞은 2014년에 예술감독 유병헌, 디자이너 이정우, 무대미술가 임일진 등이 협력하여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음악에 있었다. 유병헌 예술감독은 초연에서 사용한 창작 음악을 차이콥스키 모음곡으로 전면 교체했다.

풋풋한 봄과 단오 축제에 어울리는 ‘조곡 1번(Suite No.1, Op.43, 1878~1879)’,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그린 ‘만프레드 교향곡(Manfred Symphony, Op.58, 1885)’, 변학도의 부임을 풍자하는 ‘교향곡 1번(Symphony No.1, Op.13, 1866)’, 어사출두와 재회에 삽입된 ‘템페스트(The Tempest Op.18, 1873)’ 등은 차이콥스키가 ‘춘향’을 위해 작곡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유병헌 예술감독은 “ 2007년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초연된 후 13년이 지났다. 그동안 세 번 수정 과정을 거쳤는데 작년 6월에 올린 공연이 완성된 작품이다”며 “음악이 무용의 절반을 살린다. 고민 중 차이콥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을 듣다가 우연히 한국의 굿거리 장단과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에는 동양과 서양이 모두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창작 발레 '춘향'에게 쉬클리야로프의 만남은 의미가 있다. 유 예술감독은 “연습 할 수 있는 시간이 12일 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쉬클리야로프가 고난이도 작품을 너무나 잘 소화해주고 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9년 무대에 오르는 ‘춘향’과 ‘몽룡’은 남다른 인연이다. 쉬클리야로프는 강미선의 동료 무용수이자 남편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바가노바 발레학교 동기다. 강미선은 “남편과 쉬클리야로프의 영상을 보며 감탄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캐스팅 됐을 때 부담이 됐다. 하지만 쉬클리야로프가 친근하게 대해줘 더욱 편하게 연습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감정 표현을 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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