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까지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분양가 상한제를 내달 중순 이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상한제의 큰 틀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 및 여권 일각의 반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의결 여부 정도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24일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입법예고 기간 중 접수된 의견을 이달 말까지 충분히 검토한 후 내달부터 구체화시켜 시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의견 검토 이후로는 정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 회의, 국무 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달 중순 시행할 것이다. 물론 주택 시장 모니터링과 관계 부처들과 협의를 토대로 시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달 23일까지 총 40일간 진행된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총 4949명이 218건의 주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자체를 반대하거나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사람만 3400여명으로 집계됐다.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이토록 많은 반대 의견이 달리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세부적 내용으로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까지 상한제 소급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소규모 사업장을 제외해달라',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달라' 등 목소리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 밖에 '분양가 상한제는 위헌이다', '조합원 재산권을 불특정인에게 옮기는 행위' 등 강도 높은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상한제 시행에 접목할지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 어떤 지역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할 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면서도 "'상한제를 시행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등 제도 시행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의 의견은 당연히 배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법예고가 마무리되면 법제처 및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차관 회의, 국무 회의 의결 등을 통해야 한다. 2주에 1번씩 열리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차관 회의 및 국무 회의 의결이 각각 1주씩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토부 측 설명대로 빠르면 10월 중순부터 시행이 가능하다.
일단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이번 입법예고 기간에 제시된 의견을 전면 수렴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부는 지난달 상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을 당시부터 고강도 정책을 통해 강남 재건축 및 분양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며 "반대 의견 수렴은 곧 그간 강조해온 정책의 당위성이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최근 재건축 아파트 시장까지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토부는 큰 틀의 변화 없이 상한제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기치 아래 만들어진 정책임을 감안하면, 국토부가 사실상 부유층 소수에 해당하는 분양가 상한제 반대 의견을 수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그나마 여권의 속도 조절 의견, 주정심 의결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낙연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상한제 시행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어떤 지역을 대상으로 할지, 언제 적용될지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결정된 것은 없다"며 "협의와 함께 주정심 의결도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부총리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단 국토부가 제시한 고강도 규제 방안 틀 자체는 바뀌기 어렵더라도 국토부 대 기재부 및 여당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또 상한제 도입이 주정심 의결을 통해 강남권 및 강북 인기지역 등을 위주로 차별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해당 지역이 당초 31곳보다는 줄어들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 개정 시행령 상 적용 가능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서울시 25개구 전역,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