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공정위의 개혁과제는 산적한 가운데, 자영업 위기와 관련 있는 가맹시장을 바로 잡는 게 민생경제 활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에도 공정위는 가맹 분야의 갑을 문제를 정책 목표로 두고 상생협력에 나서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공정위원장을 맡은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취임사에서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포부를 밝혀 시선을 끌었다.
곧바로 김상조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공정위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2017·2018년 해마다 연속 4만건 이상의 신고를 받았다. 2016년까지 연간 3만건에 불과했던 신고 규모다. 상당수가 갑을 관계에 따른 억울함을 호소하는 신고였다. 파리크라상·씨제이푸드빌·롯데지알에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11개도 상생협약을 맺고 공정위의 갑을관계 해소에 발을 맞췄다.
가맹 분야 갑을관계 불공정거래는 가맹점주에 대한 가맹본부(프랜차이즈업체 본사)의 갑질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조성욱 신임 위원장을 바라보는 가맹점주들이 많다.
마침 조 위원장의 친정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가맹업계 갈등, 상생협력을 위한 방안은'이라는 정책 제안 보고서를 내놨다. 신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절반이 1년 만에 문을 닫고, 가맹점 중 80%가 외식업에 쏠려 출혈경쟁을 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가맹 분야의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조 위원장도 1997~2003년 KDI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만큼 친정인 KDI의 연구과제가 조 위원장의 가맹 분야 갑을관계 개선에도 적잖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KDI의 연구 보고서 결과는 애초 공정위가 문제의식을 느꼈던 사항과 일치하는 면이 많다"며 "신임 위원장 역시 이 분야의 갑을 관계 해소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경제 활력 대책회의에서도 중책을 맡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리는 회의지만, 공정경제와 경제활력은 보폭을 맞춰야 하는 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이기도 하다.
1981년 경제기획원(EPB) 산하로 신설된 공정위는 김대중 정부 당시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기도 했다. 규제개혁을 도맡아 오면서 노하우도 쌓았다. 현재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 수뇌부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보니, 공정위와 업무 연계도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경제민주화 총괄 업무를 수행하는 공정위로서도 경제 전반을 조율하는 기재부와 동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대학 선후배 관계인 조 위원장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홍 부총리와 협업에서 더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 실장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한민국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이고, 각 부처 장관은 야전사령관, 청와대 정책실장은 뒤에서 지원하는 병참기지"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와 협업에 속도를 내도록 김 실장의 후방 지원도 많아질 듯하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 활성화와 공정경제는 상반된 정책 철학을 갖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민생경제를 활성화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경제 활력과 성장을 갖춰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