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120살까지 같이 삽시다

2019-09-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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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5)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퓨처)’ 시리즈 연재를 시작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기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투더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편집자주>


남녀수명차별은 인권평등의 궁극적 과제이다.

인류사회 발전의 근대적 지향점은 오로지 평등사회 구축이었다. 정치사회적으로 1215년 영국 존왕의 마그나 카르타에서 비롯된 왕과 귀족 간의 차별 해소를 위한 귀족혁명부터 1789년 프랑스 혁명을 통한 왕과 시민과의 차별 철폐를 위한 시민혁명은 자손대대로 이어져가는 선천적 특수 계급에 대한 도전이었다. 나아가서 19세기 중엽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선언을 뿌리로 한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간의 투쟁은 후천적 사회 계급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후 미국의 남북전쟁을 통한 노예해방은 일반인과 노예 간의 인권 평등을 주창하였다. 이와 같이 인간사회는 모든 계층 및 계급 간의 차별을 없애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층의 권한을 제한하면서 많은 피를 흘렸고 희생을 치러서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만인 평등 사회인 민주주의 체계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평등을 지향한 제도의 혁명적인 발전뿐 아니라 점차 인간 자체에 대한 생물학적 평등도 제창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피부 색깔의 차이에 의한 인종차별의 문제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러한 유전적 차이에 의한 흑백 인종차별 문제는 결국 해소되어왔다. 다음 제기된 생물학적 평등은 남녀 성차별에 관한 것이었다. 남녀 간의 교육, 직업, 사회참여 등의 역할 차별은 구시대에 만연한 당연시되어온 관습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면서 평등사상이 보급되면서 남녀차별에 대해서도 도전이 시작되었고 결국 성차별 문제도 차차 해결되어가고 있다. 인종차별, 성차별 다음에 제기되는 생물학적 평등의 지향점은 연령차별이다. 인구고령화가 심해져 가는 과정에서 연령에 따른 기회와 근로의 제한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정상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고령인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고령인의 노쇠만을 부각하여 수혜 원칙의 복지를 강조해온 관행이 문제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고령인이 사회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 더욱 과학기술의 발전은 종래 문제시되어온 여성이나 고령인의 신체적 기능의 한계와 열세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 연령 차별 문제는 궁극적으로 극복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물학적 차별을 해소하려는 흐름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궁극적 방향은 결국은 수명차별, 특히 남녀 간의 수명차별을 극복하는 데 있을 것으로 본다.

본인이 남녀 수명차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리나라 백세인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특이한 현상 때문이었다. 장수인 조사에서 우선 주의사항은 대상자의 연령확인이다. 왜냐하면 초장수인의 경우 연령 과장이 심하다는 문제점을 관련 학계에서 이미 지적하여왔기 때문에 신뢰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더욱 우리나라 백세인 조사의 초기 대상자들은 대부분 1890년대 즉 19세기말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시기에 태어난 분들이라 출생 기록이 확실하지 못하였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 숫자나 연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따라서 간접적 방법으로 해당인의 연령을 일일이 확인하여야만 했다. 먼저 당사자의 알려진 생년과 12간지 동물이 일치하는가를 확인한다. 왜냐면 생년을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의 12간지 해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첫째로 출산한 자식의 연령 확인이다. 백년 전 당시에는 대개 십대 중반에 결혼하여 나이 스물 전에 자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집성촌의 경우에는 이웃주민에게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이웃은 상대에 대한 과장되지 않은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서 100세가 확실한 경우만 조사하였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모두 배제하여야만 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백세인의 연령이 거의 40%가 오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연령이 확인된 120명 정도의 백세인에 대한 첫해 자료를 정리하던 중에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사한 120명의 백세인 중에서 남성 백세인이 6명밖에 되지 않았다. 백세인의 남녀비가 1:20이라는 수치는 믿기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남녀 수명차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쏟기 시작하였다. 인구통계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연도별, 지역별 남녀 수명차이와 백세인 성비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차차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별 장수도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서 장수지역과 단명지역이 구분될 수 있었다. 단순평야지대보다는 중산간지역의 장수도가 높으며, 성별차이는 강원도와 같은 산간지방이 남성 장수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호남지방과 제주도가 여성 장수도가 현저하게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여성 장수도가 높은 제주도의 경우는 당시(2001년) 조사한 백세인 37명 중에서 남성 백세인은 단 한 분뿐이었다. 전국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백세인 남녀 성비는 1:12 정도였고 당시 세계적 추세는 1:7~8 정도였으며 선진국의 경우 1:4~5정도였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백세인 남녀 성비가 유난하게 여성우세 현상을 보여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한편 평균수명의 변화추이도 흥미롭다. 사회발전에 따라 평균수명이 계속 증가하지만 남녀 간에는 7년 정도의 수명차이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남녀 간의 평균수명 차이는 7년 정도라는 마법의 숫자에 갇혀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모두 비슷한 현상이다. 제반 사회적 환경적 여건이 개선되어 수명이 증가되고 있는데도 남녀 간의 평균수명 차이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령별 남녀 성비는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격차가 커지고 있다. 100세 이상 105세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남녀 간의 수명격차는 더욱 커진다. 다시 말해서 인구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여성의 수명증가는 고령화 세계를 여성 위주 또는 여성 독점 사회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러한 남녀 간의 생물학적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회적 인구고령화와 장수도의 성차별이 초래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생물학적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는 없을까? 나아가서 영감할멈 손잡고 오손도손 함께 오래 사는 행복한 세상은 꿈이어야만 할까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인류사회 발전은 만인 평등 사상으로 귀착되면서 인종차별, 성차별, 연령차별을 극복해 왔다. 이제 남은 문제는 남녀 수명차별이다. 이는 바로 인간평등 및 인권평등의 궁극적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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