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도입한 단지의 입주 및 청약에 나서거나 새롭게 론칭하며 분양 승부수를 던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뚜렷해지면서 건설사들이 명칭 개선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확보하고, 차별화된 상품 제공으로 분양 경쟁력을 갖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 건설사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비롯한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우위를 점하고, 고급 수요층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치고 있다.
8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7일 최초 '디에이치(THE H)' 단지인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입주에 나섰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이 2015년 고급 주택 시장을 이끌어 가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다.
디에이치는 '단 하나의'라는 뜻의 '디(THE)'와 '현대(Hyundai)', '하이엔드(High-end)',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 등 중의적 의미의 '에이치(H)'가 결합된 합성어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를 통해 사회적 리더들을 위한 완벽한 주거 공간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이 같은 브랜드 철학 아래 '호텔 같은 집'의 콘셉트로 조성됐다. 외관은 고급 아파트, 가구 내부는 고급 단독·빌라, 커뮤니티는 리조트, 조경 및 단지 환경은 현대 미술관을 고려해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에서 고급 주거 공간을 원하는 청약 수요층이 증가하면서, 이들에게 만족도 높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뛰어넘는 시그니처 브랜드를 새롭게 도입하게 됐다"며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차별화된 조경 및 커뮤니티 시설은 물론, 호텔과 같은 쾌적한 공간감까지 갖춰 입주민들에게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Prugio Summit)'에 사활을 건 상태다. 푸르지오 써밋은 대우건설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Prugio)'에 '정상' '최고점' '정점'을 뜻하는 '써밋(Summit)'을 붙인 말로, 최고급 상품에 걸맞은 품격과 고급스러운 공간을 구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올해 7월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 1단지' 재건축을 분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대우건설이 사업 수주 단계에서부터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한 첫째 단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단지는 과천 일대 자연을 토대로 4개 블록별 차별화된 콘셉트의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주변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을 감안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존 푸르지오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급 수요층에 부응하기 위해 푸르지오 써밋을 도입하게 됐다"며 "현재 푸르지오 써밋은 서울 강남권, 용산, 경기 과천 등 분양 단지를 포함해 총 5곳에 적용된 상태다. 앞으로도 이들 부촌 일대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고급 랜드마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건설도 7월 신규 주거 브랜드인 '포레나(FORENA)'를 새롭게 도입하며 공격적인 분양 행보에 나섰다. 스웨덴어로 '연결'이라는 의미의 포레나는 '사람과 공간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주거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한화건설의 의지를 담고 있다.
포레나는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통합 브랜드로서, 기존 브랜드였던 '꿈에그린'과 '오벨리스크'를 대체하게 된다.
이 밖에 GS건설 자회사인 자이S&D는 지난 5일 중소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자이르네(Xi rene)'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자이르네는 GS건설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Xi)'와 '부흥', '전성기'를 의미하는 '르네상스'의 첫 머리글 '르네'로 구성된 합성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가 점차 거주의 기능을 넘어 신분·자산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건설사들도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고급 수요층을 겨냥한 차별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다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 건설사들이 입주민이나 조합의 요구에 맞춰 고급 단지를 조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고급화 경향이 지속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기조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은 가장 확실한 청약 성공이 예상되는 서울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지로 더욱 몰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건설사들의 브랜드 고급화는 이들 정비사업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건설사가 브랜드 교체에 걸맞은 상품 구성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청약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며 "또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으로 인해 기존 브랜드는 하위 브랜드로 내려앉게 된다. 기존 브랜드의 시장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도 다시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