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호 태풍 '링링'이 필리핀 동부에서 생겨나 이번주말인 7일께 한반도 쪽으로 올라올 예정이라네요. '링링'이란 태풍 이름은 홍콩에서 낸 명칭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구슬이 부딪치는 소리를 의미했는데, '어여쁜 소녀'를 가리키는 애칭으로 바뀌어 쓰이는 말이랍니다. 태풍 자체가 큰 참사를 부를 수 있는 천재(天災)의 하나인지라, 인간에게는 언제나 두려움을 주는 대상이죠. 그래서, 그 이름은 가능하면 예쁘고 순하고 부드럽고 작은 것을 붙여줘서 착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 게 인지상정일까요.
태풍에 이름을 처음 붙인 건 1953년의 호주 기상예보관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태풍에다 붙여줬다고 하는군요. 우리로 치면, 누구쯤 될까. 으음. 떠오르는 이름들이야 있겠지만 공연히 논란태풍 일으키지 마시고.... 2차세계대전 때는 미군들이 태풍의 이름을 작명하기 시작했죠. 전쟁 중인 공군과 해군들이었던 그들은, 그리운 이름을 태풍에 붙였는데 대개 아내나 애인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태풍명이 성차별이란 지적이 있어서 1978년 이후엔 남성 이름도 태풍 이름으로 올랐죠. 전후엔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이름을 정했습니다.
이후 2000년부터 아시아태풍위원회가 생겼고 그 회원국인 14개국에서 각각 10개씩의 태풍명을 제출해, 그것을 번갈아가며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140개의 태풍 이름이 올라가 있으며, 알파벳 순으로 돌아가며 태풍명으로 정해지는 거죠. 1년에 약 30개의 태풍이 발생한다고 보면, 5년 정도마다 같은 이름의 태풍이 찾아올 수 있는 거예요. 태풍이 큰 피해를 끼치면 퇴출되기도 합니다. 2003년 역대 태풍기록을 모두 경신한 매미태풍은 이름에서 빠졌습니다. 또 2005년 일본을 덮친 나비태풍도 같은 운명의 길을 걸었죠. 수달이나 봉선화도 퇴출된 태풍의 이름입니다. 이름이 너무 착하고 순하면 오히려 태풍이 거세게 발전하지 않을까 하여, 태풍명을 '독수리'같이 센 것으로 짓기도 합니다.
태풍은 태양열의 작용으로 인해 열에너지가 너무 많은 곳과 너무 적은 곳이 생기면서 불균형을 해소하는 대기의 거센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인간세상의 평화로운 삶을 덮치는 불청객이며 고난을 안기는 무서운 '자연의 심술'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좀 더 큰 자연계의 시선에서 보자면, 결핍과 과다의 균형을 맞추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 최근 벌어진 많은 갈등과 논란들은, 과한 대상을 향한 부족한 존재들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많은 원리들은, 과다한 것을 깎아내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에 있다는 것을, 태풍의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인간에게 강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상국 논설실장
태풍은 태양열의 작용으로 인해 열에너지가 너무 많은 곳과 너무 적은 곳이 생기면서 불균형을 해소하는 대기의 거센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인간세상의 평화로운 삶을 덮치는 불청객이며 고난을 안기는 무서운 '자연의 심술'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좀 더 큰 자연계의 시선에서 보자면, 결핍과 과다의 균형을 맞추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 최근 벌어진 많은 갈등과 논란들은, 과한 대상을 향한 부족한 존재들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많은 원리들은, 과다한 것을 깎아내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에 있다는 것을, 태풍의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인간에게 강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