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전 의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스쿼크 온 더 스트리트' 프로그램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가 세계 도처에 상당하다"며 "미국에서도 많아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최장기물인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은 한때 1.94%대까지 내려갔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오르면 금리가 떨어지는 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환경에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맞물리면서 주요국 국채가 안전자산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 여파로 국채 금리 하락세가 두드러져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대표적이다. CNBC는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마이너스인 채권 물량이 16조 달러어치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고령층의 채권 수요 확대를 금리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가 없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지만, 인구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면 채권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결과 채권 수요 증가가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린스펀은 최근 금값이 치솟은 것도 사람들이 고령화에도 가치를 지니는 '하드애셋(hard asset)'을 찾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원유, 금처럼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실물자산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금 선물가격은 올 들어 21% 넘게 올라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린스펀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20년 가까이 연준 의장을 지내며 '경제 대통령'으로 군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