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도전과 과제] 구광모 회장의 뾰족한 LG, 불확실성 뚫는다

2019-09-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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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현장 경영 행보 넓혀…삼성전자ㆍSK이노와의 경쟁 승리 중요

'선택과 집중'으로 달라진 LG…'공격이 최선의 방어' 경영기조 시험대

구광모 LG 회장(사진 오른쪽 두 번째)이 29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한 번 충전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

[데일리동방]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LG그룹 동일인(총수) 이름을 구본무에서 구광모로 고치며 4세 경영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회장 취임 이후 현장 중심 경영을 이어온 구 회장은 가전 강자 지위를 지키고 미래 먹거리 싸움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 최근 1년새 LG가 선택과 집중, 경쟁사와의 소송으로 뾰족해진 이유다. 

◆현장에서 답 찾는 40대 총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9월 24일 경기도 이천 소재 LG인화원에서 최고경영자(CEO) 워크숍을 열었다. 구 회장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이다. 이 자리에는 구 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가 전원 참석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구 회장은 일본의 무역 보복과 미・중 무역분쟁, 사우디 원유시설 테러 대응 전략을 안건으로 다뤘다. 한편으로는 올해 LG가 SK와 벌이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전과 삼성을 상대로 한 8K TV 패권 싸움 전략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8월 29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솔루블OLED ▲메탈로센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 등 미래성장을 위한 차세대 소재・부품 R&D(연구개발) 개발 현황과 전략 등을 책임자들과 논의했다. 3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갈 수 있다. 솔루블 OLED는 지난 4월 LG화학이 듀폰사에서 기술과 연구, 생산설비 등 유무형 자산 일체를 인수한 핵심 기술이다. 생산 원가를 낮추고 양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내외장재와 범퍼 등에 쓰이는 메탈로센 POE는 최근 태양광 패널 봉지재 등으로 활용성이 넓어지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 경쟁사보다 제품 부가가치를 높일 무기다.

구 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는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2월과 4월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R&D석・박사 초청행사 ‘테크 컨퍼런스’를 열고 우수 인재 확보에 공들였다. 4월 방미 때는 실리콘밸리 소재 LG테크놀로지 벤처스에서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인했다. 3월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어워즈에 참석해 고객가치 혁신 성과를 낸 팀을 시상하고 격려했다. 7월에는 평택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찾아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장비 관련 기술과 전략을 살폈다.

천리길 발목을 붙잡는 건 신발 속의 돌이다. 당장 급한 불은 SK와의 배터리 전쟁이다. 지난 4월 LG화학이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소송을 냈다. 이에 SK도 LG전자와 LG화학을 묶어 소송을 걸었다. SK의 급성장과 구광모 체제 초기 과정이 겹친 영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되는 소송비에 현지 공장 가동 차질 등으로 일본과 중국 업체의 반사이익 우려도 있다. 한국 재벌 체제 특성상 총수 간 만남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구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을 상대로 원만한 문제 해결과 리더십 면모를 재차 증명해야 한다.

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계속 줄고 있다. 올해 2분기 LG화학 영업이익은 2675억원으로 전분기 2754억원보다 2.9% 떨어졌다. 전년 동기인 7033억원보다는 62% 하락했다.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팜한농 영업이익은 증가한 반면 전지는 1280억원 적자를 봤다. 자동차 전지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신규 생산 라인 수율 안정화 지연,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화재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고 LG화학은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험난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2분기 성적은 매출 5조3534억원에 영업손실 3687억원이다. 영업적자는 1분기와 전년동기 적자를 합친 액수와 비슷하다.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패널 수요 위축과 가격 급락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력인 OLED는 선전했다. OLED TV 매출 비중 증가로 TV용 패널이 전분기보다 5%포인트 늘어난 41%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실적 개선 전략도 OLED에 걸었다. 3분기 광저우 OLED공장의 패널 생산력 두배 증가와 파주 모바일용 플라스틱 OLED 신규공장 가동, 구미공장의 거래선 확대 등이 대책이다. 자동차용 플라스틱 OLED는 하반기 첫 제품 출시로 시장 지배력을 굳힌다는 계획이다.

8K TV 주도권을 둘러싼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LG전자는 9월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 QLED TV 선명도(CM)가 12%에 불과하다며 진짜 8K가 아니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17일 8K 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TV를 분해했다. 기존 LCD에 패널을 덧대 만든 제품으로 사실상 LCD라는 주장이다. 이에 삼성도 설명회를 열고 LG 제품이 재생 못하는 영상을 자사 제품과 동시에 틀어 망신을 주었다. 이에 LG전자는 19일 삼성전자가 허위 광고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한두 차례 설전으로 끝나지 않고 전방위 공세를 펴는 모습이다.

올해 V50으로 반등 기대를 모은 LG전자 스마트폰사업도 강적에 둘러싸였다. 5월 출시된 V50은 탈부착 듀얼스크린 무상 증정 전략으로 40만대 넘게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1만9000원짜리 듀얼스크린 제공을 8월까지 두 차례 연장하는 등 마케팅 비용 지출도 높았다. V50 인기로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4.1% 늘었지만 보급형 LTE 제품 수요 정체로 영업이익이 15.4% 줄었다. 마케팅 비용 외에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 재배치로 일회성 비용도 늘었다.

V50 후속작인 V50S가 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IFA에서 발표됐지만 강적들이 버티고 있어 낙관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와 노트10을 발표했고, 애플 역시 신형 아이폰11을 공개했다. 교체주기가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LG전자는 마케팅비를 아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광모 LG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해 9월 12일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 ]

◆겸손한 실용주의자, 안개 속 대외환경에 초점 맞추기 경영

험난한 경영을 헤쳐갈 무기는 그간 쌓아올린 경영자로서의 역량이다. 미국 뉴욕 소재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마친 구 회장은 실리콘벨리 스타트업에 1년간 몸 담은 경험도 있다. 이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와 미국 뉴저지법인 차장 등을 거쳐 2017년 경영전략팀 상무에 올랐다. 지난해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눈 감은 이후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본래 구 전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친아들이지만 장자 승계 가풍으로 2004년 큰아버지 양아들에 입적했다.

장막에 가려진 채 철저한 승계수업을 받아온 그는 직원에게 겸손하고 업무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인지 예전의 LG와 다르게 선택과 집중 전략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취임 1년을 두 달 앞둔 지난 4월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 베트남 이전 결정을 발표한 사례가 유명하다. 만년적자 스마트폰에서 새는 돈을 줄이는 대수술로 저가폰 공세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LG디스플레이의 일반 조명용 OLED 사업 정리, LG화학의 LCD용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 매각 진행 등 ‘돈 안되는 사업’은 질질 끌지 않는 실용주의적 면모가 돋보인다. 주력 사업 투자도 과감하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올레드 공장에 3조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늘린다고 7월 밝혔다. LG전자 등 5개 계열사가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한 LG테크놀로지스벤처스는 4월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1900만달러를 투자했다. 5G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해 가상현실(VR)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어메이즈브이알(AmazeVR)에 2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순혈주의를 벗어난 인재 등용 방식도 주목받았다. 구 회장은 지난해 LG화학 최고경영자에 3M 한국지사 해외사업부문 수석 부회장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임명했다. 1947년 LG 화학 창립 이후 첫 외부 최고경영자다. 구 회장의 인사 방식은 LG를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바꿔가는 과정으로 해석됐다.

구 회장이 꾸준히 역량을 쌓고 있지만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문쟁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와 일본의 무역 보복은 디스플레이와 화학, 전자 등이 주력인 LG에 부담이다. 사업재편 성과는 물론 원로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화합도 장기적인 과제다. 공격을 최선의 방어로 보는 경영 기조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주사가 85%를 가진 LG CNS 지분율 낮추기도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 지분율 49% 이하로 낮추려면 35% 이상 지분을 팔아야 해 거액의 현금 확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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