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동빈, 최순실에 자발적 뇌물”…신동빈 상고심 ‘빨간불’

2019-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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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측 ‘강요형 뇌물 피해자’ 주장 힘잃어

경영비리 혐의 무죄 인정여부가 관건

국정농단 연루 혐의를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돼 법원을 나오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데일리동방]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을 앞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4)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해준 각종 지원을 묵시적 부정청탁으로 판단하는 동시에 신 회장이 최씨에게 건넨 스포츠재단 지원도 자발적인 뇌물로 봐서다. ‘강요형 뇌물 피해자’라는 신 회장 측 주장과 배치되는 판단이다.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이 최씨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작업 도움을 요청하는 묵시적 부정청탁을 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롯데그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공동정범이라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롯데그룹에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2심과 다른 판단을 했다. 전원합의체는 “강요죄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를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강요죄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이번 선고는 신 회장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단독으로 면담을 하며 월드타워면세점 특허 연장 등 그룹 현안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로 최씨가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은 지난해 2월 신 회장의 K스포츠재단 지원 배경에 면세점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하며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해 10월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의 뇌물공여죄를 인정하면서도 명시적 청탁 증거가 부족하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형량을 낮추고 신 회장을 풀어줬다. 

2심 재판부는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지원을 요구했고, 불응으로 인한 직간접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며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 강요로 의사결정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지원금을 준 데 대해 책임을 강하게 묻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이 최씨의 강요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수동적 뇌물 공여자이자 강요형 뇌물 피해자로 주장하는 신 회장 측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다만 상고심은 항소심의 유·무죄 판단과 법리 적용 타당성만을 따지므로,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신 부회장 항소심 판결을 파기할 가능성은 없다. 항소심이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면서도 뇌물공여죄 자체는 유죄로 본 것도 롯데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이유다.

변수는 병합 심리 중인 경영비리 혐의다. 신 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에게 불법으로 급여를 지급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무죄로 봤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 것도 경영비리 혐의를 무죄로 본 부분이다. 대법원이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이 혐의를 유죄로 볼 경우 신 회장 형량이 높아질 수도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 “상고심 일정 등 재판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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