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 다시 80억원대로…높아진 실형 가능성

2019-08-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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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대법원이 29일 특검 손을 들어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뇌물・횡령 등 혐의로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을 이날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했다. 이로써 2심이 인정한 뇌물・횡령액 36억원이 86억원으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열렸다. 이 부회장 1심은 뇌물액을 89억원으로 본 반면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액은 2심에서 말 보험금을 제외한 86억원이 인정됐다.

현행법상 횡령액 50억원 미만은 징역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감경사유를 고려해도 50억원 미만이 집행유예 선고에 유리하다. 형법상 집행유예 선고는 징역 3년 이하 실형에 적용할 수 있다.

이날 대법원은 파기 환송 근거로 2심이 ▲안종범 업무수첩에 쓰인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사항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오해하고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말 구입대금도 뇌물・횡령액으로 보지 않고 ▲이 부회장이 말과 구입대금 발생 원인, 말 처분 사실을 가장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고 ▲이 부회장의 영재센터 지원금이 박 전 대통령의 경영승계 도움을 기대한 뇌물・횡령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법원은 2심과 같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독대 내용을 증명할 능력이 없다고 봤다. 현행법상 원 진술자가 사망이나 질병, 소재 불명 등으로 진술할 수 없을 때 업무수첩은 두 사람 대화의 증거로 쓸 수 있다. 반면 수첩이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을 증명할 능력은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정씨에게 제공한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말 세마리가 뇌물이 아니라는 2심 판단도 뒤집혔다. 1심은 최씨의 독일 소재 회사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3484만원에 말 구입과 부대 비용 41억6251만원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2심은 말 소유권은 삼성에 남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단독 면담에서 재차 지원 요구를 받은 마필을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제공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2015년 11월 15일 최씨가 말 세마리를 건네받은 이후 소유권은 구체적인 문서가 아닌 실제 누가 점유하고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법리는 물론 상식에도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말과 구입대금이 뇌물・횡령이 아니라는 판단도 법리 오해라는 논리가 성립됐다. 전원합의체는 말 구입 대금이 범죄수익에 따른 재산이 아니라는 원심 역시 잘못됐다고 봤다.

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삼성그룹 경영승계 도움을 기대한 뇌물로 인정됐다. 2심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 현안을 인식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뇌물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원심이 박 전 대통령 직무와 두 사람의 관계, 이익 수수로 직무 집행 공정성을 의심받는지 여부 등을 살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이유로 횡령 무죄 판단도 파기됐다.

이번 대법원 선고로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파기환송 근거를 보면 이 부회장 사건을 보는 대법원의 시각은 1심에 기울어져 있다. 앞서 1심은 사건을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경영진과 승계 작업 도움을 기대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으로 규정했다.

서울고법이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경요소를 고려하지 않으면 집행유예는 어려워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억원 이상 뇌물 공여 기본 형량을 2년6개월~3년6개월로 권고한다. 하지만 횡령액 50억원이 넘을 경우 기본 권고 형량은 4~7년으로 뛴다. 다만 이 부회장이 1심 때 인정된 횡령액 80억9095만원을 변재한 사실과 수동적 뇌물 공여 등 감형사유를 적극 활용할 경우 집행유예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는다.

한편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건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됐다. 박 대통령 사건은 재임중 직무와 관련된 죄를 범했음에도 다른 죄와 분리선고되지 않아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1・2심은 뇌물죄와 다른 죄를 함께 다루는 경합범을 적용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다. 2017년 4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1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에서 16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2심은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동정범으로 인정된 최씨 사건도 파기환송됐다.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의 대기업 재단 출연금, 특정 단체 지원이나 계약 요구 경위와 내용, 상황을 볼때 강요의 요건인 협박으로 보기 부족하다며 파기환송했다. 강요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최씨는 2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70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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