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대법 판결, 가장 큰 손해 본 건 이재용...박 前대통령도 양형가중

2019-08-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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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 안게 된 이재용...‘삼바’, ‘일본 경제제재’ 이어 국정농단 파기후 항소심 부담까지

‘말 세 마리’,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인정... 양형 가중될 듯

재산국외도피죄 무죄 유지, 그나마 안도

최순실은 감경예상... 강요죄 무죄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더욱 곤혹스런 입장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로 위축된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제재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 후 항소심(4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29일 열린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비록 공직선거법 규정을 들어 뇌물죄 부분의 양형을 따로 정해야 한다며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지만 유·무죄를 바꾸거나 증거판단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뇌물죄에 대해서는 경합범 조항을 적용하지 말라는 판결이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다소 늘어날 수 있지만 대체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상황이 매우 나빠졌다. 징역 5년이 선고됐던 1심 직후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한숨을 돌렸던 삼성 역시 비상대책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안종범 수첩 증거인정 여부’와 ‘말 세 마리 소유권 및 뇌물 인정 여부’,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 여부’ 등에 대해 따로 시간을 할애해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맡았던 하급심들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던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 모두에게 상당히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것들이다. ‘안종범 수첩’의 증거인정 여하에 따라 청탁의 존재 여부가 갈리고,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 인정 여하에 따라 뇌물액의 인정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말 세 마리’의 경우는 이재용 부회장의 신변과 직결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하급심에서는 ‘안종범 수첩’의 증거를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경영권 승계 역시 현안으로 존재했고 ‘말 세 마리’도 당연히 뇌물로 포함됐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서울고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정형식)에서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인정 범위를 대폭 줄였을 뿐만 아니라 경영권 현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고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은 삼성에 있으므로 뇌물은 말 사용료에만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서울고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김문석) 판단 쪽에 힘을 실었다. 뇌물죄 분리 선고 부분만 빼면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비서관 사이의 일에 대해서만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은 뇌물과 상관관계가 존재했으며, 말 세 마리의 소유권(34억원)은 최순실에게 고스란히 넘어갔기 때문에 전액을 뇌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유권까지 취득하지 않더라도 실질적 사용 처분권을 취득한다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소유권이 형식상 삼성에 있었는지 몰라도 최순실이 점유권을 행사하며 사용하고 있었고, 삼성 몰래 말을 처분하려 하는 등 처분권도 최씨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오히려 삼성 측이 말 임대차 계약서를 요구하자 최씨가 불같이 화를 냈고, 그 이후 더 이상 삼성이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한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여기에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16억원까지 뇌물로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최대 80억원을 넘게 됐다. 항소심 판결보다는 5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현행법상 뇌물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징역형이 3년을 넘어가면 원칙적으로 집행유예는 불가하다.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한다면 2년6개월까지 감경할 수 있지만 만만찮은 후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재판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외도피죄와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가 무죄로 확정됐다”면서 “삼성이 어떤 특혜를 취득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전개될 파기 후 항소심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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