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은 오는 9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제180회 정기공연으로 ‘백조의 호수’를 선보인다. 전석 매진 됐을 만큼 관심이 뜨거운 작품이다.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인 ‘백조의 호수’와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발레단의 만남은 흥미로웠다.
‘백조의 호수’는 백조 없이도 인상적이었다. 2014년부터 국립발레단과 함께 해온 홍콩계 캐나다인 지휘자 주디스 얀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시작부터 관객들을 집중시켰다.
지그프리트 왕자의 스무 번째 생일 파티가 열리는 1막1장부터 흥미로웠다. 고풍스러운 왕실을 재현한 무대와 국립발레단원들의 수준 높은 발레는 ‘호수’처럼 ‘왕실’을 유심히 바라보게 했다. 많이 봐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왕실 장면과는 달랐다.
2019년 내세운 3명의 백조는 국립발레단의 저력을 잘 보여준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스타인 수석 무용수 박슬기, 지난 1월 출산 후 7개월 만에 복귀 무대를 가지는 수석무용수 김리회, 솔리스트 정은영이 주인공이다.
지난 27일 프레스콜 무대에 선 정은영은 새로운 백조의 탄생을 힘차게 알렸다. 174cm인 정은영은 국내 최장신(195cm) 발레리노 이재우와 멋진 호흡을 보여줬다. 시원시원한 동작과 섬세한 연기가 돋보였다.
'지젤'의 미르타, '봄의 제전' 의 마더, '마타 하리'의 콜레트 등의 역할을 맡으며 존재감을 나타냈던 정은영은 2018년 '호두까기인형'에서 마리 역을 맡으며 전막 주역 데뷔 무대를 소화했다. 두 번째 주역 무대에서 정은영은 백조와 흑조의 매력을 모두 잘 표현했다.
특히나 흑조 역을 맡은 4명의 발레리노와 오딜이 함께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24마리의 백조는 아름다운 군무를 통해 또 다른 주인공임을 입증했다.
국립발레단은 발레 안무의 거장이라 불리는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의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렸다. 1막 후반에서 왕자와 악마가 함께 추는 ‘그림자 춤(The shadow dance)’은 다른 버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로트바르트가 단순한 악마가 아닌 왕자의 또 다른 내면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재우와 김기완은 서로의 그림자인 것처럼 함께 호흡했다. 극 전반적으로 봤을 때 로트바르트의 비중이 크지 않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