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 등 3명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결을 내린다.
◆ '운명의 날'···시민들 재판 결과 주목
대법원 주변은 경찰 버스 수십여대와 질서유지선 등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부터 38개 중대 2000여명의 경비 인력을 투입해 대비태세에 나섰다.
특히 대법원 인근 서초역 5번 출구는 집회와 시위 등으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에 박 전 대통령 관련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석방운동본부와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등은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에 나선다.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긴장 속 재판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실적 '어닝쇼크'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사업 현장을 진두지휘해 온 만큼 향후 판결이 그룹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핵심쟁점은?···구속 여부 관건
이날 판결은 이 부회장의 1·2심 재판부가 상이한 판결을 내렸던 '뇌물의 성격'과 삼성이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마리의 뇌물 인정 금액 범위', '재산국외도피' 등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2심에서 총 80억원의 뇌물 수수가 인정돼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부회장은 36억원만 뇌물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은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줬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인 뇌물공여를 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1심에서 인정된 뇌물액 89억원이 2심에서는 36억원으로 줄었다. 총 뇌물 공여액이 50억원을 넘지 않으면서 집행유예를 받게됐다.
하지만 오늘 대법원이 2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대법원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삼성이 정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의 가격 34억원을 뇌물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라며 구입비를 제외했다. 대법원이 말 3마리 가격을 뇌물액으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 횡령액은 50억원을 넘어 특경법에 따라 '징역 5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1심에서 유죄였던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것도 핵심 쟁점이다. 이 부회장이 허위로 지급신청서를 은행에 제출해 회삿돈 37억원을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송금했다는 혐의다. 재산국외도피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높다.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도피액이 50억원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다.
이 같은 사안들을 종합해 대법원이 2심의 판단에 재검토 해야할 부분이 있어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릴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2심의 판단을 인정해 판결을 확정할 경우 2심 형량이 유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더라도 '작량감경(酌量減輕)'에 의한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형법 제 53조에 규정돼 있는 작량감경은 재판부가 정상참작 사유 등으로 고려해 재량으로 형을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처단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할 수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하더라도 파기환송심을 거쳐야 하는 만큼 재판부의 작량감경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당장 재구속 여부를 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