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향한 윤석열의 칼, 진짜인가 가짜인가

2019-08-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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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8월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한 전격 압수 수색에 나선 것을 놓고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검찰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사에 착수하게 됐는지, 그 배경과 의도는 무엇인지 하는 의문과 궁금증이 시중의 화제다. 이는 검찰 수사가 정말로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것이냐, 아니면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냐 하는 데로 이어지고 잇다.

궁금증과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수사 착수 자체가 워낙 뜻밖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점부터가 그렇다. 청문회가 9월 2~3일로 예정돼 있다. 청문회를 앞둔 공직 후보자를 수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의문을 자아내는 더 큰 이유는 수사 대상이 조국 후보자라는 점이다. 조 후보자는 얼마 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현 정권 최측근 인사다. 게다가 다른 장관도 아니고 검찰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공무원 중에도 검사들만큼 인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들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칼을 빼 들었으니 그 속사정과 배경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수사 착수 과정과 관련해 나도는 얘기는 크게 두 가지다. 검찰 독자 결정론과 청와대-검찰 사전 교감론이다. 검찰 독자 결정론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독자적으로 수사 착수를 결정했다는 얘기다.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청와대와 여당이 보인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우리도 몰랐고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무부나 청와대도 전혀 모르게 언론만 알게 하고선 전격적으로 31군데를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거대한 작전을 진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은 법무부에 압수수색 착수 직후  보고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여당의 반응 외에 윤석열 총장의 스타일도 검찰 독자 결정론의 근거로 거론된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한 국정감사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관이나 대통령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윤 총장이 그 말 그대로 이번에 청와대와 사전 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압수수색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사전에 몰랐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수 없다는 반론도 많다. 검찰이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거쳐 조국 후보자 압수수색에 착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사건 수사와 같은 경우 검찰의 공식 보고 라인은 서울중앙지검→대검→법무부→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그러나 이건 일상적인 사건을 보고할 때나 활용되는 라인이다. 은밀하거나 긴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총장과 청와대 민정수석, 심지어 대통령과 연결된 핫라인이 가동됐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검찰의 핫라인이 끊어졌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지만, 과연 그런지는 의문스럽다는 것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의 관측이다. 

설사 핫라인은 끊어졌다고 해도 비공식 라인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과거에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보하는 사례가 있었다. 민정수석비서관 산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비서관은 ‘윤석열 사람’으로 불린다.  그가 알았다면 그의 공식 보고 라인인 김조원 민정수석과 노영민 비서실장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윤 총장이 ‘나 홀로’ 스타일이라고 하더라도 조국 후보자 수사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만큼 무모하겠는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권과 집권당, 그 지지 세력들은 조국 후보자 거취를 현 정권의 흥망과 연결시켜 보고 있다.조 후보자가 중도 낙마하면 현 정권에 치명상을 입히고 레임덕을 불러올 것으로 보는 것이다. 윤 총장도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 마당에 아무리 윤 총장인들 그렇게 마음대로 수사 착수를 결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검찰 독자 결정론이든 청와대-검찰 교감론이든 궁극적인 관심사는 도대체 검찰은 조국 후보자를 어찌 하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말로 범죄 혐의를 입증해 그를 형사 처벌하려고 진검(眞劍)을 빼든 것인지, 아니면 시늉만 내는 수사로 조국 후보자가 관련된 증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려 그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목검(木劍)을 빼든 것인지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로선 어느 쪽 결론도 내릴 수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검찰이 한 일을 보면 더욱 그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근혜,이명박 정권 때 벌어진 일에 대해선 적폐 청산을 내세워 별건 수사, 과잉 수사, 먼지털이 수사 등의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끝까지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현 정권과 관련된 비리에 대해선 실무자를 처벌하는 선에서 그쳤다. ‘환경부 블랙 리스트’ ‘손혜원 의원 부친 독립 유공자 선정 특혜 의혹' 사건이 대표적 예이다.

검찰이 조 후보자를 정말로 법대로 수사해 기소한다면 조 후보자 개인은 물론이고 현 정권도 치명상을 입게 된다. 반면 윤석열 총장은 ‘국민 검찰총장’ 이라는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 검찰이 조 후보자와 관련된 3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검찰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조 후보자 자택과 휴대전화는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 후보자가 직접 관련된 혐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웅동학원이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은 조 후보자와도 관련된 사안이다. 그래서 검찰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많다.

검찰이 조 후보자 수사를 하는둥 마는둥 끝내고 그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현 정권은 당장의 위기에선 벗어날지 모른다. 반면 윤 총장과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하루 아침에 웃음거리로 전락할 게 뻔하다. 윤석열 총장과 검찰과 정권의 앞날이 윤 총장 손에 달려 있다. 윤 총장이 조국 후보자에게 빼든 칼이 진검인지 목검인지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돼 있다.  
 

검찰이 조국 후보자 의혹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다음날인 8월 28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차에서 누군가와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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