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석에서] 흥겨운 재즈와 누아르로 확실한 색 보여준 ‘시티오브엔젤’

[작가 스타인 역을 맡은 최재림. 사진=샘컴퍼니 제공]

지금까지 봐왔던 뮤지컬과는 분명 달랐다. 단골집에서 만난 신메뉴처럼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은 새로웠다.

지난 8월8일 개막한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이 오는 10월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2019년 한국에서 초연된 ‘시티오브엔젤’은 토니 어워즈 6개 부문 수상작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198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던 30년 전 작품이 새롭게 태어났다. ‘시티오브엔젤’은 ‘논-레플리카(Non-Replica)’ 공연이다. 한국 정서에 맞춰 원작을 수정, 각색해 초연했다.

작품의 구성부터 특이하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은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 스타인과 그가 창조한 시나리오 세계 속 주인공인 탐정 스톤을 교차하는 극중극이다. 스타인 역은 최재림과 강홍석이 탐정 스톤 역은 이지훈과 테이가 맡았다.

탐정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스토리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시티오브엔젤’은 극 중 스타인과 스톤을 제외한 주요배역들이 모두 현실세계와 영화 속 세계를 넘나들며 1인 2역을 연기를 펼친다. 같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같은 대사들도 두 세계를 오고간다.

오경택 연출은 스타인이 그려내는 필름 롤(film roll)을 상징하는 회전 무대와 이중 조리개를 닮은 무대 등을 통해 현실과 영화 속을 빠르게 넘나드는 작품을 완성했다.

1940년대와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범죄 영화가 많이 제작돼 ‘필름 누아르’라는 말이 생겨났다. ‘시티오브엔젤’은 누아르 장르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흑백으로 수놓은 영화 같은 무대 영상이 작품과 조화를 이룬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의 한 장면. (왼쪽부터) 강홍석, 박혜나, 테이. 사진=샘컴퍼니 제공]

‘시티오브엔젤’은 눈뿐만 아니라 귀도 즐거운 작품이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천재 작곡가인 사이 콜먼이 쓴 1940년대 할리우드 색이 물씬 풍기는 화려한 스윙재즈 넘버가 인상적인 뮤지컬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재즈의 매력을 ‘시티오브엔젤’에 듬뿍 담았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재즈 클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유로운 라이브 연주도 볼거리다. 김문정 감독과 함께 하고 있는 ‘더 M.C 오케스트라’에서 선발된 18인이 빅밴드가 무대 뒤에서 연주를 한다. 트럼펫 연주자 3명, 색소폰 연주자 4명과 함께 재즈 트롬본 등이 어울러졌다. 멋진 연주로 커튼콜을 장식한다. 

작품에는 재즈 그루브가 넘실넘실거린다. 3차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엔젤스’ 4명은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다수의 장면에서 재즈의 매력을 전달한다. 무대인 ‘블루노트-칵테일 라운지’에서 리사(바비 역)가 부른 ‘내 모든 숨결에’는 재즈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했다. 김경선(울리 역)이 부르는 선 굵은 재즈는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전체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최재림, 강홍석은 작가 스타인으로 이지훈, 테이는 탐정 스톤으로 완벽하게 변신했고, 명망 높은 영화제작자인 버디-어윈 역의 정준하와 임기홍은 재치 넘치는 대사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했다. 가희와 백주희가 연기하는 칼라와 어로라 킹슬리 역도 극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극장 문을 나섰을 때 문득 2005년 봤던 영화 ‘씬 시티(Sin City)’가 떠올랐다. '시티오브엔젤'은 새로웠다.

[사진=샘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