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폴라로이드는 인스턴트 사진 시장을 떠났다. 디지털 카메라의 공세가 거셌기 때문이다. 2007년 폴라로이드는 카메라 생산을 멈췄다. 2년 뒤엔 필름 판매도 중단했다.
후지필름은 남았다. 후지필름의 인스턴트 사진 브랜드 인스탁스는 아직도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으며 대명사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인스탁스 미니 리플레이(이하 리플레이)' 또한 후지필름이 지난 6월 출시한 신제품이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리플레이는 후지필름이 시대의 변화에 내놓은 대답이기도 하다. 휴가차 방문한 필리핀 보라카이섬에서 5일간 리플레이를 사용했다.
반셔터를 통한 자동초점(AF) 기능이 지원된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디스플레이 한 가운데 뜬 사각형에 피사체를 위치시킨 뒤 반셔터를 잡으면 초점을 맞출 수 있다. DSLR처럼 정밀한 수준은 아니지만 최대한 의도에 가까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음성 녹음 기능 또한 리플레이가 내세우는 승부수 중 하나다. 카메라 전면에 녹음 버튼을 누르면 촬영하는 순간의 음성을 기록할 수 있다.
아쉽게도 녹음과 함께 촬영한 사진들은 여행 중에 분실하고 말았다. 스마트폰에 한번 업로드된 사진과 음성은 앱에 저장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위안이다.
앱에서는 이외에도 원격 촬영 리모컨 기능과 프레임 등 사진을 꾸밀 수 있는 기능 등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카메라로 전송해 포토 프린터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단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용량이다. 기본으로 탑재된 내장 메모리의 용량이 매우 작은 편이다. 한국후지필름 측은 리플레이에 최대 45장의 사진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녹음 기능과 함께 사용할 경우 20장을 채 찍기가 어렵다. 마이크로 SD 등을 통해 외부 메모리 확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으로 보인다.
사용 과정 중에 수차례 겪은 인쇄 오류 또한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다. 후면 덮개를 빼고 필름팩을 다시 끼워 넣으면 대부분 해결됐지만 그 과정에서 누광은 피하기 어려웠다.
크고 작은 단점들을 제외하고도 리플레이는 분명히 매력적인 카메라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갈 길을 간다는 후지필름의 뚝심에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결과물을 모르는 상태에서 뜻밖의 사진을 만나는 게 인스턴트 카메라만의 매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리플레이의 방향성 자체가 애매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좋은 점
-촬영 순간의 추억을 생생하게 보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음성 녹음
-'인생샷' 건질 때까지 무한 리테이크
▲아쉬운 점
-턱없이 적은 용량
-종종 발생한 인쇄 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