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의 주연을 맡게 된 배성우는 강구(성동일 분)의 동생이자 구마사제인 중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과 캐릭터에 관해 고민하고 몰두하는 모습은 마치 신인과 다를 바 없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 연기 경력 21년 차 배우임에도 식지 않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배성우를 '믿고 보는 배우'로 만들어주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배성우의 일문일답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이야기 좀 해달라
- 작년 초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땐 감독님도 정해지지 않고 저 혼자만 캐스팅된 상태였다. 한창 드라마를 찍고 있을 때라 '대답할 단계가 아닌 거 같다'고 했는데 계속 저를 기다려주고 상황 여건도 맞는 데다가 소재적인 면도 재밌을 거 같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김홍선 감독님이 드라마를 맡게 되었고 감독님의 스타일에 맞게 각색이 되었다.
각색이 많이 되었나?
- 그런 편이다. 저는 그 전 대본도 재밌게 봐서 '각색이 어떻게 되나?' 궁금했었다. 이런 장르는 신을 재밌게 만들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을 향해 분위기를 몰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감독님의 스타일에 맞게 각색을 잘하셨다.
영화를 보니 어떤가. 시나리오를 보고 머릿속으로 그린 이미지와 비슷한가?
-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찍기 전에는 고민도 많았는데 열심히 달린 거 같다. 이전 대본은 사건 중심으로 목적이 분명했는데 김홍선 감독님의 대본은 이야기가 가족 중심으로 부각, 정서가 뜨거워진 거 같다. 감독님이 뜨거운 성향을 가진 분이니까 에너지틱하게 잘 맞아떨어진 거 같다.
각색하면서 중수 캐릭터도 바뀌었나?
- 그렇다. 이전 캐릭터는 보다 더 시니컬했다. 그런데 지금은 더 고뇌하는 캐릭터가 됐다. 죄책감과 감정들이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우리 영화의 서스펜스도 거기에서 나오고 있다. 본의 아니게 많은 부분을 고뇌하게 됐다.
'오피스'가 있긴 하지만 정식적인 공포 영화 장르는 '변신'이 처음이라고 해도 무방할 거 같다
- 그렇다. 평소에도 공포 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닌데 반대로 찍는 건 재밌더라. 호러 장르로 규정 지을 수 있는 작품은 처음 찍어보는데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놀랄 때마다 흐뭇하고 재밌었다. 걱정이 있다면 서스펜스가 강한 공포 영화에 판타지를 결합, 가족에 대한 정서로 녹여냈을 때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거다. 정서적으로 공감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변신'을 시작하기 전, 레퍼런스될만한 영화가 있었을까?
- 한국에서 나온 오컬트 영화는 다 봤다. 어릴 때 보던 오컬트 영화와 정서적으로 아주 다르더라. 위트도 있고 종합적 장르 느낌이다. 과거 31살 때 엑소시스트 감독판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아서 공포 영화는 즐겨보지 않는데…. 이번 작품 때문에 오컬트 영화나 '애나벨' 같은 공포 영화도 찾아봤다.
연기적인 부분 때문에 찾아본 건가 아니면 전체적인 공포 영화의 무드 때문에 본 건가?
- 무드를 보려고 보았다. 영화의 톤이나 몰입해야 하는 부분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나 어떻게 만들어지나 참고가 될 거 같았다. 영화를 보며 특별히 도움을 얻은 건 없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공포 영화 속 배우들이 특별히 '공포 영화 필터'를 씌우고 연기하지 않더라. 점점 더 실생활에 가깝게 연기하고 있는 거 같다. 평소 어떤 필터를 씌우고 연기하는 걸 지양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잘 맞았던 거 같다.
연기적 필터란 무엇인가?
- 연기할 때 그 장르를 떠올리는 '톤'으로 연기하지 않으려 한다. 코미디 장르에서 코미디 필터를 씌우고 연기하면 웃기지 않지 않나. 평소 연기할 때도 그런 부분을 주의해서 연기하는 편이다.
사제 역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 사제보다 중수에 더 초점을 맞췄다. 중수는 가족에게 애정을 품고 있고 또 그만큼 죄책감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담으려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들 모두 그렇다. 조금씩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거 같다. 영화상에서 그런 면이 내용으로 나오지 않지만 그런 감정이 있다는 이해 안에서 (연기적) 표현들이 나온 거다.
하지만 준비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았나. 예를 들어 라틴어 같은
- 그랬다. 라틴어를 가르쳐주는 분이 몇 안 계셔서 아마 '검은 사제들' '사자' 선생님과 같은 분이었을 거다. 외우는 게 어렵거나 발음이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재밌기도 하고 발음이 멋지지 않나. 친척 중에 가톨릭 신자도 많아서 친숙하게 접근했다.
친척 중에 가톨릭 신자가 많아 도움이 되기도 했겠다
- 실제 사촌 중에 신부님이 있다. 저와 동갑인데 어릴 때부터 신실하던 친구였다. 그 친구에게 신부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물을 수는 없었고 라틴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라틴어 선생님께서도 신학교를 나오셔서. 선생님께 '왜 신학교를 나오시고 다른 일을 하세요?'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께서 '거룩하지 않아서요'라고 하시더라. 그 말이 너무 인상 깊어서 영화에도 넣었다. 신부님들이 위트를 섞어서 하는 말이니까.
성동일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라이브' 이후 오랜만에 재회했는데
- '라이브' 때도 감정을 주고받긴 했으나 이번처럼 격하지 않았던 거 같다. '변신'은 형제고 또 극한 상황이니 감정이 힘들었다. 애틋한 감정 아닌가. 연기 자체는 더 짜릿했다. 본인이 잡히지 않더라도 연기를 해주고 받아주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건 중수가 속마음을 떠들 때, 그는 실제 중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인상 깊었던 부분이었다. 그 장면에서 (성동일) 형도 울면서 절절하게 받아주니까 더 뜨겁고 절박하게 감정이 쏟아진 거 같다. 개인적으로 뜨거운 연기를 선호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성동일 배우도 그 장면을 인상 깊은 신으로 꼽더라
- 우리끼리 '뭐야, 이거 새드 무비야? 호러 무비 아니었어?'라고 할 정도였다. 가족 간의 감정을 건드는 영화니까 가슴이 아팠다. 만약 이게 실제 상황이라고 하면 내 앞에 있는 존재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내 가족은 어떻게 됐을까 걱정될 거 같다. 서스펜스물이지만 정서적 측면이 더 강하지 않나 싶다.
오컬트물이다 보니 상대 배우로 사람이 아닌 동물, 벌레들과도 호흡을 맞췄다.
- 쥐, 지네도 매니지먼트 팀이 있다. 연기하게 풀어주시고 끝나면 데려가신다. 하하하. 우리 세트 안에 그분들이 오시는 거니까 근본적으로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디렉션을 받지 않는 분들이라 자꾸 제 쪽으로 와 곤혹스러웠다. 나중에 쥐는 제게 데미지를 거의 주지 못했다. 그런데 지네 같은 분들은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더라. 매니지먼트 분들도 '물리면 안 된다'고 하니 더 무섭기도 하고.
오롯이 주연배우로 '변신'을 이끌게 됐는데. 책임감이나 부담도 있을 거 같다
- 달라지는 건 없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똑같고 하던 방식대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게 관건이다. 누군가 제게 '(크레딧) 이름이 맨 먼저 뜬다'고 하는데, 물론 극 전반을 이끌고 가야 하는 부담이나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가 스토리를 끌고 나가기도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끌어가는 게 더 강하다. 전작인 '더 킹' '꾼' 드라마 '라이브'도 마찬가지 아닌가. 연장선이라는 생각이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 정말 즐거웠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가족 같았다. 내내 웃고 떠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속내도 드러내고 웃기도 하고 그런 발란스가 적절했다. 대기하면서 가족처럼 편안히 지내다가 촬영 시작하면 무거운 연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가족처럼 보였다. 과하지 않게 잘 지냈다.
차기작은?
- 김용훈 감독님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올해 안에 개봉될 거 같다. 그리고 지금은 박철환 감독님의 '출장 수사'를 찍고 있다. 호일펌을 한 이유도 그 영화 때문이다. 3분의 1 정도 촬영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