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불씨를 살렸던 자본시장 활성화가 뒷전으로 밀릴 위기에 처했다. 파생상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낳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련 투자자를 보호해야겠지만, 자본시장 자체를 위축시키면 더 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파생상품 설계·판매사 고강도 검사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처럼 밝혔다. 그는 "은행이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상품을 파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며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본 만큼 고위험 상품에 대한 금감원 검사 이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DLS·DLF 사태에서는 '전문성 부족'이 본질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전문가가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다"며 "외국 금융사가 파는 상품을 가져다가 포장지만 바꿔 파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성이 떨어지니 1년 전 팔았던 상품을 올해에도 그대로 팔았던 것"이라며 "DLS가 추종하는 해당국가 금리나 시장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았다면 심각한 평가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시 '건전화 조치'로 시장 망쳐선 안 돼
'제2 건전화 조치'로 파생상품시장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상반기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었다. 개인투자자 진입장벽을 낮추고 지금보다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감한 상황이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이 살아나려면 (DLS와 DLF 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최종구 위원장 역시 이날 국회에서 "평소에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생상품시장은 2011년 '건전화 조치'로 크게 위축됐었다. 한국거래소가 관리하는 장내파생상품 거래대금은 2011년만 해도 하루 평균 66조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2018년 거래대금은 일평균 45조원으로 32% 가까이 줄어들었다.
개인투자자만 보면 거래대금이 같은 기간 17조원에서 6조원으로 65%가량 감소했다. 외국인이 파생상품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이유다. 투자자별 거래 비중을 보면 개인은 2018년 14%밖에 안 됐다. 이에 비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0%와 36%에 달했다.
DLS·DLF 사태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심화시킬 거라는 걱정도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시장이 또다시 주저앉으면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만 돈을 버는 시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2011년 건전화 조치로 파생상품 전문가가 대부분 시장을 떠났었다"며 "발행사나 판매사도 자율적으로 전문가를 양성해 옥석을 가릴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