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NNA 韓日기업 공동조사] ③ 日 불매운동, 가장 먼저 영향받은 곳은 韓 여행·항공사

2019-08-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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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없다 답한 IT·게임 vs 벌써 피해 입은 여행·항공.. 업종별 극명한 온도차 드러내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설문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본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IT·게임과 여행·항공 업계의 온도차다. IT·게임 업계는 이번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는 만큼 양국 관계의 꼬여 있는 매듭을 풀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 반면, 여행·항공 업계는 대부분의 업체가 이미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IT·게임 업계는 조사에 응한 16개 업체 중 13개 업체(81.25%)가 '특별히 영향이 없다'고 답했고, '이미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답한 업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반면 여행·항공 업계는 조사에 응한 7개 업체 중 5개 업체(71.5%)가 '이미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고, 2개 업체도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온도차가 발생한 이유로 '고객층의 차이'를 꼽았다. 같은 일본 사업이지만, IT·게임의 경우 일본 현지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반면, 여행·항공 사업의 경우 일본으로 이동하려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이 진행 중인 일본 여행 불매운동에 따른 타격을 한국 여행·항공 기업이 가장 먼저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여행·항공 업계가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이후 경색된 한·중관계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를 일본 여행지 확대로 해결하려던 차에 일어난 일이라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 여행·항공 업계 관계자는 "8·9월 일본 여행 예약률이 전년 대비 10% 감소하는 등 가시적인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관계 악화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의 움직임에는 정부 차원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민간의 불매운동을 앞장서서 북돋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여행·항공 다음으로 한·일관계 악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한 제조·유통 업계도 비슷한 시각을 드러냈다. 한 제조·유통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불매운동이나 반일감정의 대상이 한국 기업으로 바뀐다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따른 항의라는 당초 목표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IT·게임 업계는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서비스 특성상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타격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한 IT·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견고하고, 해당 세대 대부분이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만큼 이용자들의 반감이 크지 않다"며 "대부분의 IT·게임 기업이 일본 시장 한곳만 바라보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한·일관계 악화가 계속되더라도 사업에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던 전자·배터리 업계에선 아직 피해를 입은 기업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 이를 수입하는 미국·유럽 업체들도 함께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전 세계적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한국이 재료 공급처를 바꾸면 일본 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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