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당한다"...투자자들이 과소평가하는 10가지 '그레이스완'

2019-08-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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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노딜 브렉시트②美 자동차관세③美-EU 통상갈등④홍콩 시위⑤이탈리아 리스크

⑥이란 갈등⑦환율전쟁⑧카슈미르 갈등⑨아르헨티나 리스크⑩국제 무역갈등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이 온통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경기침체 전조로 통하는 장단기 국채 수익률(금리) 역전에 쏠리면서 다른 위험요소가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17일(현지시간) 시장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는 '그레이스완(grey swan·회색 백조)'으로 10가지를 꼽았다.

그레이스완은 '블랙스완(black swan)'과 달리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고 시장에 알려져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악재를 의미한다. 안 그래도 시장 불안이 큰 마당에 그레이스완이 개별로든, 동시다발적으로든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켓워치가 가장 먼저 꼽은 그레이스완은 노딜 브렉시트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탈퇴협정 없이 무작정 결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가 취임한 뒤 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세계에서 여섯째로 큰 영국 경제가 내년 말에 2% 위축되는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유럽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 EU를 상대로 경고한 자동차·부품 관세가 두 번째 그레이스완으로 꼽혔다. 지난 5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 25%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수입산 자동차·부품 관세 발표를 6개월 연기했다. 자칫 관세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에서만 일자리 수십만 개가 사라지고 미국 자동차 가격이 급등하는 등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또 EU는 자동차 관세 부과 시 미국에 보복하겠다고 예고한 터라 미국과 EU의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와 연계돼 세 번째 그레이스완으로 꼽힌 게 미국과 EU의 무역갈등이다. 자동차 관세와 별개로 미국과 EU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뉴햄프셔 유세장에서 "EU는 중국보다 더 나쁘다. 더 작을 뿐이다. EU는 미국을 끔찍하게 대하고 있다. 무역장벽, 관세, 세금이 그것"이라면서 EU에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가 미국 IT공룡을 상대로 디지털세 부과 계획을 밝히자 와인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미국은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보조금 분쟁과 관련해 EU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달째 이어지는 홍콩 시위도 그레이스완으로 꼽혔다. 5월부터 시작된 이 시위로 홍콩 항셍지수가 14% 급락했고, 올해 홍콩증시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던 알리바바는 상장 연기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됐다. 당초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기 위해 시작한 시위가 민주화 시위로 성격이 변한 가운데, 중국군 개입설이 돌고 있으며 시위 진압을 두고 중국과 서방의 갈등도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또 다른 그레이스완은 이탈리아 리스크다. 올해 이탈리아는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두고 EU로부터 징계를 피했지만 내년 추가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할 것으로 보여 EU 기준인 3%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말에도 이탈리아와 EU의 예산안 갈등으로 투자자들이 불안이 커지면서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높아지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었다.

마켓워치는 여섯 번째 그레이스완으로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을 꼽았다. 올해 미국과 이란은 무인기 격추를 주고받으면서 무력충돌 직전까지 갔지만 원유나 주식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보통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유가가 오르는데 국제유가는 지난 4월 기록한 최근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진 약세장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엔 국제 원유의 주요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외국 유조선 나포가 잇따랐다. 

환율전쟁은 또 다른 그레이스완이다. 올해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중국이 환율조작을 벌인다며 공세를 펼쳐왔다. 최근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서는 금리인하를 통한 달러 약세를 주문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본격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환율전쟁 전면전이 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전쟁 암운이 짙어질 경우 안 그래도 나빠진 기업와 시장의 투자심리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두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은 마켓워치가 꼽은 여덟 번째 그레이스완이다. 인도가 지난 5일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주(州)의 자치권을 박탈한 뒤 양국의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인도는 잠무-카슈미르 경제와 치안의 개선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파키스탄은 주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저녁에는 잠무-카슈미르 주도인 스리나가르에서 인도군이 자치권 박탈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6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홉 번째 그레이스완은 아르헨티나 리스크가 꼽혔다. 지난주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친시장 성향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야권 후보에 완패하면서 아르헨티나 증시가 12일 하루에만 38% 폭락하고 페소화 가치가 19% 곤두박질쳤다. 마크리 대통령이 부랴부랴 재정확대 정책으로 민심을 돌리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재정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헨티나가 신흥국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크티안디 수팟 메이뱅크 외환 전략가는 지난 13일 CNBC를 통해 "걱정되는 건 신흥시장 환율의 연쇄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그레이스완은 세계 곳곳에서 터지는 통상갈등이다. 마켓워치는 대표적인 예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들었다. 일본이 지난달 4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재료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내린 것을 발단으로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체인이 붕괴되고 경기둔화가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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